매년 3천 건 이상 쌓이는 무역기술장벽(TBT)…좁아진 수출길

'수출 장벽' 무역기술규제 가장 큰 비중 차지

# 케냐에 연 200만 달러 규모로 에어컨을 수출해온 가정용 가전 제조업체 A사는 현지 에어컨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2017년 케냐 정부가 수입 에어컨의 에너지효율 실험온도를 열대지역 조건으로 개정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해당 기준치를 충족치 못한 제품들의 수입이 전면 금지된 것이다. 수출 차질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케냐 현지에 나가있는 지원기관들과 협력해 기준을 재개정하고 결국 임시통관을 약속받아 애로를 해소할 수 있었다.

# 냉각기 제조업체 B사는 인도 수출을 위해 샘플 통관을 마치고 본격 수출을 시작했지만 인도세관에서 냉각기의 냉매를 제거하라는 통보를 갑자기 받았다. 냉매를 제거해야만 냉각기를 수출할 수 있었던 인도의 기술규정을 제대로 몰랐던 탓에 발생한 일이었다. B사는 여러 노력 끝에 냉매가 오존층 파괴물질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문제를 해결했고, 이를 통해 수출국 현지의 무역기술규제에 대한 사전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디지털 경제·환경 관련 규제 확대, 자국 산업육성 위한 신흥국들 TBT 추가 사례 많아
매년 3천 건 이상 쌓이는 무역기술장벽(TBT)…좁아진 수출길 - 산업종합저널 동향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대두와 더불어 주요 수출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무역기술장벽까지 겹치면서 우리 수출길이 좁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무역기술장벽(TBT) 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보면,  무역기술장벽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연평균 11%씩 증가했다. 2018년부터는 3년 연속 3천 건 이상의 기술장벽이 생겨나며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15년 사이 전세계 TBT 통보 건수는 3.7배 증가(2005년 897건→2020년 3천354건)했고, 그 중 우리의 10대 수출국 규제는 이보다 많은 5.2배(205년 164건→2020년 849건) 늘었다.

WTO에 보고된 신규 TBT 통보문(누적기준)은 유해물질 사용제한 등 건강·안전 관련 사항이 1만3천6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술규격 등 품질 관련 사항이 4천575건, 허위표시 등 소비자 보호 관련 건이 4천401건, 환경보호 3천444건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천8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1천460건), EU(1천360건), 이스라엘(1천230건), 우간다(1천227건) 순이었고, 한국은 9위(1천14건)를 차지했다. 우리의 수출 다변화 대상인 신남방지역(인도+ASEAN, 11개국)의 경우 1천866건으로 미국, 중국, EU를 앞섰다.

대한상의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 우리 기업들은 신흥국 등 수출시장 다변화가 절실하지만, 주요 수출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의 수출장벽마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건강과 안전관련 규제가 많았던 만큼 정부가 무역기술규제 대응 지원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최근 무역기술장벽의 특징으로 디지털·환경관련 규제 강화, 신흥국 규제 증가, 신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규제 강화 등을 꼽았다.

EU 사이버보안법(2019년), 미국의 연방정보보안관리법(2014년), 중국의 네트워크안전법(2017년) 시행 등 최근 디지털·환경관련 무역기술규제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환경관련 EU의 에코디자인 규정은 에너지효율뿐만 아니라 상품의 내구성·재생가능성을 평가하는 요건까지 향후 더해질 예정이고, 재생에너지 사용확대 규정 등의 기술규제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흥국의 TBT 건수 확대(2005년 65.1%→2020년 75.6%) 현상도 최근 특징으로 꼽았다. 2017년 저개발국의 TBT 신규 통보건수는 이미 선진국을 넘어섰고, 신흥국은 자국의 산업육성과 소비자 안전보호 측면에서 무역기술장벽을 활용하고 있다. 주요 신흥국들은 상대적으로 자동차 품목 규제가 많았고, 환경·보건관련 규제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역기술장벽이 강화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는 우리가 기존 FTA에서 포함하지 않았던 기술기준이 마련됐다. 주류는 제품표기에 대한 라벨링, 부착방식 등이 정해졌고, 화장품은 동물시험이 금지되거나 시판허가절차가 없어졌다. 정보통신 분야는 특정 암호 및 알고리즘 요구를 금지하는 등 CPTPP 가입을 위해서는 무역기술규제 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무역기술장벽에 기업들도 대응역량을 확보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 TBT 신속 대응(통보문 안내 WTO e-Ping, 국표원 KnowTBT 활용) ▲ TBT 컨설팅 및 규제대응 정부 지원 활용 ▲ 정부 기술협력사업 적극 참여 ▲ 기술규제 대응 전문인력 확보 ▲ ESG경영을 통한 글로벌 트렌드 변화 대비 등을 제시했다.

정부 정책과제로 국제표준화 과정에 참여해 국제표준을 선도하고, 시장다변화에 대비해 개도국과의 기술표준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또한 TBT 피해 수준, 중소기업 지원 등 정부 대응 성과를 수치화해 대응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 지원의 양자협력이나 FTA위원회, WTO 위원회 등을 통한 애로 해결을 더욱 활성화하고, 최근 기술동향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기술규제에 대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메가 FTA 타결로 관세는 계속 낮아지는 반면 비관세장벽은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무역기술규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장벽”이라며, “보호무역주의가 늘어나는 지금 TBT 극복은 포스트 코로나시대 수출 회복의 필수조건인 만큼 TBT 대응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네이버 밴드 PDF

0 / 1000
ad광고추천제품

많이 본 뉴스

추천제품

1/9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