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석탄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였던 故김용균 씨가 현장 작업 중 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로 책임 소명을 위해 재판에 참석한 본청과 하청업체 측은 책임을 회피하는 등 과실에 대한 문제를 작업자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며,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후 국회에서는 산업재해 근절이라는 목표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이후, 10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법안에 대한 모호성이 부각되고, 실효성에 대해 의견이 나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는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재해 사망자는 157명으로, 지난해 동년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지난해 대비 사망자가 7명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중처법에 대한 논란들을 되짚어보고 토의하기 위해 경영계, 노동계, 학계, 정부 등의 각 주요 인사들이 모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행사를 주최한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은 “지금껏 중처법은 충분한 논의 없이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 모두가 불만을 토로했던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서, 10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안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중처법이 산업현장에 제대로 정착해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100일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중대재해처벌법, 기업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법 명확성 재고 필요
“중처법은 단순히 재해 예방이라는 관점을 넘어, 구조적인 원인을 염두해 두고 만든 법 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이 발언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권혁 교수는 이번 발제에서 “산업안전 보건 조치의무 여부와는 별개로, 실무자들의 안전 및 감시 감독이 이뤄질 수 없도록 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직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현장에서 안전관리자의 인력 수급 문제 혹은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실무자들이 철저한 관리 감독을 진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그는 “과거 산업 안전은 공학적, 의학적, 간호학적 등 기술적인 영역이었다”면서 “현재는 법 시행 이후 경영계의 관점에서도 중처법에 대한 상당한 인식이 생겼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이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중처법의 취지는 경영책임자가 자신의 사업장에 대한 위험성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을 살펴보면 법에 대한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로펌 및 법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등 법률 서비스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락했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권 교수는 “기업이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법에 대한 모호성을 명확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며 “업종과 규모 등을 감안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안전보건확보의무 기준과 내용에 대한 모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 경영 책임자 관련 법안 재개정은 중처법 의미 상실하는 일

이날 행사에는 경영계, 노동계, 학계, 정부 등의 각 주요 인사들이 모여 토론회를 진행했다.
중처법과 관련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가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광일 본부장은 “법안 시행 전에도 각 기업들이 준수해야 할 산업관련 법령 리스트 등이 있었다”면서 “현재 중처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잘 이행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만약 법에 대한 모호성으로, 현재 경영 책임자에 대한 정의를 재개정한다면 중처법에 대한 의미는 상실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또한, 현재 2년 뒤 법 적용이 시행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무방비 상태라며, 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질적으로 50인 사업장들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법안에 대한 명확성과 모호성을 분별할 수 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들은 재해율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경영계와 관련해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안전 수칙에 대한 의무조항을 지키지 않거나, 안전에 대한 인력 및 예산을 의도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사항들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 중처법에 관한 법률 지속적으로 견제
경영계의 입장을 전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본부장은 “중처법이 사업주에게 있어, 안전에 대한 인식과 태도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했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처벌만능주의로 이어지는 법률로 인해 경영계에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위화감을 주는 공포법이 제정되기 전, 안전 관련 기관에 경영 책임자가 참여해 실효적으로 안전을 예방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면, 법에 대한 불합리성이 상당 부분 제거 됐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 본부장은 “경영계는 중처법에 관한 법률에 대해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있다”며 “현재 법 시행령에는 유효한 부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분들로 인해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법률 보완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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