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등 탄소가격 추가 지불해야

한국, 2030년 탄소국경세 부담 최대 1.9조원 예상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의 55%를 감축하기 위한 실행법안 패키지인 ‘핏 포 55’를 발표한 것과 관련, 한국은 빠른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명 ‘탄소국경세’는 오는 2023년부터 시범 도입돼 2026년부터는 EU가 수입하는 물품은 EU 배출권에 상당하는 탄소가격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비료의 다섯 품목이 우선 대상이다.

가장 먼저 비상에 걸린 곳은 철강업계다. 대외경제연구원은 EU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국내 철강산업은 작년 수출액 기준 약 4천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되고,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면서 대EU 수출액은 1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19일 본보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내다봤다.

다음은 김성환 의원이 기고 전문 중 일부.
EU 탄소국경세 도입, 빠른 에너지전환만이 해답이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등 탄소가격 추가 지불해야 - 산업종합저널 정책
탄소국경세 도입은 EU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최근 약 4천조원 규모의 친환경 예산안에 ‘오염 유발국 수입품 수수료’항목을 포함했다. 이른바 미국판 탄소국경세다. 그린피스 코리아 등의 분석에 따르면 EU·미·중 3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2030년에 우리나라가 추가 부담하는 탄소국경세는 최대 약 1.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국경세는 신종 보호무역의 일종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각국의 기후목표 상향과 유사 제도 확산을 도미노처럼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후목표 달성을 이루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어느 나라나 탄소가격을 타국에 지불할 바에야 자국에서 부과하는 것을 선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세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경쟁국과 같거나 높은 수준의 탄소가격을 부과하고 그 비용을 감축역량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탄소국경세는 철강 등 탄소 다배출 분야부터 적용되지만, 민간 차원의 ‘RE100’은 제조업 전반에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애플, 구글, BMW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에 아이폰 이미지센서를 납품하는 소니는 일본 정부에 “일본 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을 정도다.

아직도 석탄발전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떨까? 대표적 기업이 삼성전자다. 해외 사업장에서는 이미 RE100을 선언했으나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량 부족으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최대 라이벌인 대만의 TSMC는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며 애플의 요구에 화답했다. LG 등 전기차에 핵심인 베터리 기업도 국내 재생에너지 기반이 취약해 국내 공장 증설을 망설이고 있다. 이제 재생에너지 전력은 그 자체로 기업의 경쟁력의 좌우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국민의 힘과 보수언론은 온갖 가짜뉴스를 동원해 재생에너지의 핵심인 태양광·풍력을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다. 태양광 때문에 온 산이 민둥산이 된다느니, 2030년 목표를 위해선 서울 면적의 세 배가 태양광으로 뒤덮인다느니 하는 정치공세는 회기마다 야당의 필수 레퍼토리다. ‘재생에너지는 비싸고 면적도 많이 차지하니 원전이 답’이라는 프레임 속에 갖혀서 보수정치가 앞장서 지켜나가야 할 기업의 이익과 국가경쟁력마저 외면하고 있다. 안타깝다.

최근 야권 대선주자로 링에 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마저도 원전확대를 정치하는 명분으로 삼기 위해 선점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에게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을 들어보지 못했다. 탄소중립과 탄소중심을 구분하지도 못하고 쓴 마스크는 단순히 해프닝일까?

원전 확대론의 주요 논거인 경제성 또한 장기적으로는 의문이다. 후쿠시마 이후 점차 늘어나는 안전비용과 해체비용, 원전입지와 송배전에 관련된 사회적 갈등비용, 가장 중요한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몽땅 미래세대에 전가된다는 사실은 감춰진다. 원전의 경제성 신화는 무너지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원전이 재생에너지보다 경제성이 낮거나 비슷하고, 최근엔 일본마저 공식적으로 2030년부터 원전 발전단가가 태양광보다 비싸질 것을 전망했다. 영국은 최근 발표한 녹색금융 지원대상에서 원자력을 제외했다. EU는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원자력을 포함하는 문제로 논쟁중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점 때문에 녹색분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원자력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매우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여서 탄소중립의 대안에너지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빠른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정답이라는 신호는 뚜렷하다. EU는 2035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선언했고, LNG발전은 녹색분류에서 제외하는 것이 확정적이다. LNG 발전 등 가교 역할의 기술은 오히려 녹색경제로의 전면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에 풍력,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향해 곧장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최근 친환경인프라법 패키지에 2030년까지 전력의 80%, 2035년까지 100%를 탄소중립 전원으로 전환하는 ‘클린에너지 의무사용제’를 포함함으로써 전환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차세대 원전인 SMR의 상용화 시점이 빨라야 2030년 이후로 전망되는 터라, 2035년까지 전력부문 탄소제로 달성 수단은 재생에너지일 수밖에 없다.

최근 유럽에 기록적인 폭우로 수백명이 사망했다. 미국 서부가 물난리가 날 때 동부는 불난리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기후가 더 이상 통제불능의 비상사태임을 인류는 매년 목도하고 있다.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한 글로벌 탄소중립의 시대는 절박한 현실의 문제다.

탄소국경세가 뒤바꿀 새로운 통상질서에 대비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더욱 비상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반으로 빠르게 산업과 에너지를 전환하는 국가가 무역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EU와 미국 이미 두 거인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미적거릴 여유가 없다.

이 시점에 정치의 책무는 우리의 일자리이자 산업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다. 우리의 탈원전 정책은 정확히 말하면 ‘60년에 걸친 단계적 탈원전 정책’이다. 탈 탄소 에너지 대전환이 시급한 이 시기에 더 이상 ‘탈 원전’ 시비로 국가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소모적 논쟁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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