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은 인간의 눈으로는 관찰 할 수 없는 미시의 세계다. 측정조차 어려운 찰나에 이뤄지기 때문에 그 원리와 과정을 알기 어렵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입자의 모양, 움직임, 결합력, 안정성 등을 수학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계산화학’ 기법을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포항공과대학교 한정우 교수는 우리나라에 계산화학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며 촉매와 에너지재료 설계 연구에 활력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고성능·고안정성의 나노촉매는 첨단 화학산업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물질이다. 하지만 반응조건의 환경적 요인, 반응물 간 상호작용 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정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엑솔루션(exsolution)은 특별한 공정과정 없이 환원 조건이 맞으면 고성능·고안정성의 나노촉매가 금속산화물 표면에 형성되는 현상으로, 엑솔루션 제어를 통한 나노촉매 개발은 친환경 미래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서 고성능 나노촉매가 형성되는지 알려진 바 없어 에너지 소재 설계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정우 교수 연구팀은 금속산화물의 하나인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에서 존재하는 양이온의 엑솔루션을 조절해 고성능 나노촉매를 합성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이 방법을 활용하면 촉매 활성이 4배까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경 감응형 고성능 나노촉매 원천기술과 용출 현상 제어를 통한 고활성 촉매 개발(인물 이미지=한정우 교수)
환경에 따른 금속산화물 변화 이용, 금속 나노입자 생산
성능과 안정성이 우수한 나노촉매는 화학공정에서 요구되는 반응의 완성도와 선택성을 조절하는 핵심 기반기술이다. 나노촉매는 입자 크기조절과 안정성 증진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지지체에 담겨 사용되는데, 반응조건의 환경적 요인과 반응물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촉매의 크기나 모양이 변화돼 공정효율이 감소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고온 및 낮은 산소분압의 환원조건에서 나노촉매가 지지체로부터 올라와 그 금속산화물과 강한 결합을 이루는 촉매를 형성하는 용출(exsolution) 현상을 활용해 화학반응의 효율과 안정성을 증진시키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용출 현상 제어 통한 고활성 촉매 개발
용출 현상으로 합성된 촉매는 고활성과 고안정성이 장점이지만, 아직 현상 자체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부족하다.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에서 양이온과 산소의 결합 세기를 조절함으로써 페로브스카이트 물질 내에 존재하는 양이온의 용출 현상이 조절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노입자의 형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용출 입자를 촉매로 활용할 경우 일산화탄소 산화반응에 촉매적 활성을 보임을 확인했으며, 이종원소를 첨가 할 경우 촉매활성이 4배 증가됨을 확인해 용출 기반 나노촉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양자역학 기반의 제일원리 계산과 박막실험의 유기적 공동연구를 통해 용출 현상이 소재 내부의 이온결합거리 제어에 따라 조절됨을 확인함으로써 이론↔실험 간의 성공적 연구사례를 제시했다. 상호간 소재 개발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용출 입자는 장기안정성과 높은 촉매활성을 가지고 있다. 연구 결과는 향후 다양한 화학촉매, 센서, 전극소재개발 등에 적용돼 학계 및 산업계에 널리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의 이론적 검증과 박막실험을 통한 성공적인 실증으로 소재 개발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에너지와 환경 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2020년 10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한정우 교수는 “고성능 나노촉매는 수소에너지의 생산·저장·활용은 물론 배기가스 저감, 연료전지 수명증가 등에 사용할 수 있다”라며 “이 연구의 결과가 학계 및 산업현장에서 널리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하 ‘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한정우 교수를 선정했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한정우 교수가 고성능 나노촉매 합성 방법을 개발하는 등 에너지소재 설계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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