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에너지는 인류에게 안정된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방사성폐수 처리와 관련된 위험을 야기하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것처럼 방사성 폐수 방출로 이어지는 대규모 사고로 인한 환경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 세슘과 스트론튬은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의 부산물로써 이들의 반감기는 각각 30.2년 및 28.9년이며, 이들의 높은 수용성과 이동성으로 생물체에 의해 쉽게 동화될 수 있다. 이는 인간과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반감기란 처음에 있던 방사성 원소의 양이 1/2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경우 62종의 방사성핵종을 제거하는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2대의 침전타워시설, 14대의 흡착타워시설로 복잡한 공정을 가진 동시에 슬러지 및 침전물과 같은 많은 양의 2차 폐기물을 방출한다.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면서도 경제적인 방법으로 방사성 폐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물질 및 공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해양대학교 윤지호 교수와 강원대학교 차민준 교수 연구팀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및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방사성 폐수로부터 방사성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동시에 깨끗한 물을 회수할 수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 기반 담수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방사성 폐수로부터 형성된 가스하이드레이트의 (가) SEM-EDS 이미지와 (나) solid-state 133Cs NMR <제공=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과학기술전문대학원 임솔거 박사과정생>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는 물과 가스가 결합된 화합물이다. 수소 결합으로 연결돼 있는 물 분자 동공(비어있는 공간)에 작은 객체 분자가 포접돼 있는 고체 물질이다.
수십 년 동안 원자력에너지는 인류에게 안정적으로 전기에너지를 공급해왔지만 방사성 폐수 처리는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특히 방사성 오염수 처리에는 복잡한 공정과 큰 비용이 투입된다.
연구팀은 방사성 폐수 속에 가스하이드레이트를 형성시켜 방사성 폐수를 제거하는 동시에 담수를 회수하는 ‘하이드레이트 기반 담수화 공정’개발에 성공했다.
천연가스가 얼음 형태로 된 물질인 가스하이드레이트 결정체가 어는 과정에서 오염물이 배제되는 원리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먼저 방사성 폐수 속에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할 수 있는 온도와 압력의 영역을 조사한 결과, 방사성 이온은 가스하이드레이트의 결정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같이 방사성 이온이 가스하이드레이트 동공(분자구조에서 가운데 비어 있는 공간)에 포접되지 않는 이온배척(가스하이드레이트 형성 시 용해된 이온이 가스하이드레이트 동공에 들어가지 않고 배척되는 현상) 현상을 고체 자기공명 분광법을 이용해 규명해 냈다.
이렇게 개발한 가스하이드레이트 기반 담수화 기술공정에 의해 95~99%의 제거율로 세슘과 스트론튬 등 방사성 이온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제시했다.
윤지호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물과 저분자 가스와 같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와 함께 간단한 공정 단계에 의해 작동이 가능하다”며, “차후 원전해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수처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이공분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화공/환경분야 국제학술지인 ‘케미칼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저널 오브 헤저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인바이런멘탈 사이언스·테크놀로지(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ES&T)’에 게재됐으며, 특히 ES&T에 게재된 결과는 그 중요성과 혁신성이 인정돼 4월 9일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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