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기관이 미디어 기술의 국제표준을 주도하며 1천억 원 이상의 기술료 수익과 함께 1조 원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50억 대 이상의 기기에 적용된 해당 기술은 한국이 독자적 기술로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TRI 연구진이 VVC 대비 압축률이 향상된 Beyond VVC 후보 기술의 표준 채택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자사 미디어연구본부가 축적해온 비디오·오디오 압축 및 방송 전송 기술이 누적 기술료 1천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MPEG(동화상 전문가 그룹) 및 북미 방송표준화 기구(ATSC)를 중심으로 국제표준 2천여 건에 반영됐으며, 향후에도 1천억 원 이상의 추가 기술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TRI는 지난 20여 년간 ▲고효율 비디오 압축(HEVC) ▲다용도 비디오 압축(VVC) ▲개방형 비디오 압축(AV1) ▲음성·오디오 통합 압축(USAC) ▲다채널 오디오 압축(3DA) ▲HTTP 기반 적응형 스트리밍(DASH) ▲ATSC 3.0 방송 전송 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표준기반 특허만 2천여 건에 이른다.
연구진에 따르면 오디오 분야 성과도 두드러진다. USAC과 3DA 기술은 각각 2008년, 2014년 MPEG 품질 평가에서 독일 프라운호퍼(FhG)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며, 돌비(Dolby), 소니(Sony) 등 글로벌 기업을 앞섰다. 2023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제144차 MPEG 회의에서는 '기계용 비디오 특징 압축 기술(FCVCM)' 부문에서 ETRI가 1위와 2위를 동시에 기록하며 AI 기반 미디어 처리 기술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방송 전송 기술 부문에서도 국제적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ATSC 3.0 기반 기술은 2017년 미국 차세대 방송 표준으로 채택된 데 이어, 2024년 7월 브라질 SBTVD 포럼에서도 'TV 3.0' 표준의 핵심 기술로 공식 채택됐다. 브라질은 이 기술을 자국 방송 생태계의 주요 인프라로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은 2017년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에 ATSC 3.0을 도입했고, 미국에서는 2020년 'NextGen TV' 서비스로 상용화가 시작됐다.
ETRI는 이 같은 국제표준화 성공을 통해 기술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원천기술 연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6년간 미디어 코덱 분야에서 발생한 경제적 가치는 약 1조 2천915억 원으로 추정된다.
ETRI 기술은 현재 스마트폰, TV, 셋톱박스, 차량용 기기 등 전 세계 50억 대 이상의 장치에 칩 또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탑재돼 있으며, 이용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일상 속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현재는 차세대 6세대 압축 기술로 불리는 Beyond VVC와 Post USAC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공간음향·입체 공간 비디오·AI 기반 압축 기술을 통해 메타버스, XR, 디지털 트윈 등 초고해상도 콘텐츠 전송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멀티모달 콘텐츠의 저장 및 전송 방식에도 핵심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태진 ETRI 미디어연구본부장은 “기술 개발부터 국제표준화, 산업 적용과 수익화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독자 기술 기반의 기술 주권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ET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지원으로 ▲지상파 8K 미디어 브로드캐스트 송수신 기술 개발 ▲ATSC 3.0 기반 이동방송 수신칩 개발 ▲초실감 테라미디어용 AV 부호화 및 LF 미디어 원천기술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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