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상태 측정 보정 없이도 안정적인 양자키분배(QKD)가 가능함을 세계 최초로 이론적으로 입증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로써 위성, 드론, 해상과 같은 실시간 환경 변화에 노출된 통신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양자암호통신 구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방승찬)은 KAIST(총장 이광형)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측정 보호(MP, Measurement Protection)' 기반 QKD 이론을 정립하고, 실험을 통해 기술적 타당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양자키분배 기술은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암호 키를 생성해 전송하는 방식으로, 양자역학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기존 방식은 채널 상태가 바뀔 때마다 수신 장비의 정밀한 측정 보정이 필요해 실시간 환경에서는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간단한 국부 연산만으로 채널 변화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키 분배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론은 KAIST 배준우 교수팀이 제안하고, 실험은 ETRI가 수행했다.

측정 보호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측정 보호 기반의 QKD 실험 셋업(상)과 양자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연구진(下)
실험에는 100MHz 광원으로 수직 공진형 표면 발광 레이저(VCSEL)를 사용했으며, 10m 자유공간 전송 구간에 최대 30dB 손실과 다양한 편광 노이즈를 삽입한 장거리 무선환경을 구현했다. 송수신단에는 각각 3개의 파장판을 장착해 국부 연산 기능도 적용했다.
그 결과, MP 기반 QKD 시스템은 QBER(양자 비트 오류율) 허용 한계를 기존 대비 20.7%까지 확장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수신된 양자 비트 중 오류율이 20.7% 미만이면 별도의 보정 없이도 안정적인 양자키 생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는 위성-지상 간 양자통신처럼 변화가 심한 채널에서도 활용 가능한 기반 기술로 평가된다.
ETRI는 QKD 실용화의 또 다른 기술 난제인 '편광 의존 손실' 문제에 대한 실험적 보정 방법도 제시했다. 소형화·경량화가 필요한 차세대 집적형 QKD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성능 저하를 단순한 광학 부품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실증했다. 해당 성과는 지난 3월 'Advanced Quantum Technologies' 저널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 성과는 지난달 25일, IEEE 통신 분야 국제 저널 'Journal on Selected Areas in Communications'에 게재됐으며, ETRI 고해신 연구원과 KAIST 스피로스 케크림패리스(Spiros Kechrimparis)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ETRI 양자통신연구실 임경천 기술총괄은 “QKD 시장 확산을 위해서는 집적화 칩 기반 기술 확보가 필수”라며 “편광 의존 손실을 포함해 다양한 기술 난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천주 양자기술연구본부장도 “채널 변화에 독립적인 QKD 구현은 양자암호통신의 유연성을 높이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양자 네트워크 구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KAIST 배준우 교수는 “복잡한 환경에서도 신뢰 가능한 양자 보안 통신을 실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이론과 실험의 통합 성과를 강조했다.
ETRI는 그간 ▲QKD 집적화 칩 및 모듈 개발 ▲100m 자유공간 무선 전송 실증 ▲양자컴퓨팅 컴파일러 기술 ▲통신 3사와의 전송 시스템 표준화 ▲상온 양자 인터넷 기반 기술 확보 ▲양자 안전성 검증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해당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한국연구재단, 우주항공청의 공동 지원을 받아 '양자인터넷 핵심원천기술개발', '차세대 QKD 기술개발', 'SW컴퓨팅 산업원천기술개발' 등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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