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학기술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초격차 전략이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간산업이자 미래 먹거리인 만큼 지난 2021년 5월 2030 세계 최고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수립한 ‘K 반도체 전략’이 한층 더 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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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패권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기술은 발전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 약 2년마다 반도체칩의 저장 용량이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존재해 왔다. 울산과학기술원 신현석 교수는 순수 비정질 질화붕소 (aBN) 박막 합성법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돌파할 핵심 소재 기술력을 확보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그래핀학회 회장을 맡아 그래핀 등 이차원 소재와 이들의 반도체 분야 응용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왜’라는 질문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온 신현석 교수의 연구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통적으로 반도체 칩 성능은 트랜지스터의 스위칭 속도에 좌우됐지만, 소자가 고집적화·소형화되면서 집적회로의 배선 구조에서 발생하는 ‘신호전달 지연(RC delay)’이 칩 성능을 좌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호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집적회로 금속 배선 사이에 증착되는 절연체 유전율을 낮추는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초저유전율 절연체’는 유전율을 줄이는 핵심 소재다.
▲절연체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을 의미하며, 반도체 소자 내 금속 배선에서 전자가 다른 부분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자 이동 경로 사이에 절연체를 삽입한다. 유전율은 외부 전기장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의미하며, 유전율이 낮으면 전기적 간섭이 줄어들어 반도체 소자 내 금속 배선(전류가 흐르는 길)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신현석 교수 연구팀은 순수한 비정질 질화붕소(aBN)가 유전율(1.89)이 매우 낮아,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 적용 가능한 소재임을 밝혔다. 나아가 화학기상증착(CVD) 방법에 플라즈마 기술을 도입해, 3nm 두께의 매우 얇은 비정질 질화붕소(aBN) 박막 증착에 성공했다.
비정질 구조는 어느 한 방향으로 결정성을 가지지 않고 3차원에서 무작위한 방향성을 가지기 때문에 낮은 유전상수를 나타낸다. 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비정질 질화붕소’ 박막은 붕소와 질소만으로 이루어진 순수한 비정질 박막으로 유전율 2.0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반도체 산업에 주로 사용되는 다공성 유기규산염 유전율 2.5보다 30% 낮은 수치다.
실험결과 비정질 질화붕소(aBN) 박막은 유전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기계적·전기적 성질도 우수해 금속 원자의 이동을 막는 방지막으로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고, 관련 성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020년 6월 발표했다.
신 교수 연구팀은 같은 질화붕소 소재인 육방정계 질화붕소(hBN)를 이용해 박막의 층수를 조절할 수 있는 단결정 hBN 합성법을 개발해 반도체 소재의 대면적화 해법도 제시했다. 관련 내용은 네이처(Nature)에 2022년 6월 게재됐다.
신현석 교수는 “초저유전물질 원천소재 개발은 반도체 칩 전력소모를 줄이고, 정보 처리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기술”이라며 “우리나라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핵심 소재 기술로 발전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에 매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신현석 교수가 초미세, 고집적 반도체 핵심기술인 초저유전물질 합성법을 개발해 반도체 미세공정 혁신 기반을 마련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로 신현석 교수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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