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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Culture]우리 일상은 단속돼있나?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생각해 보는 ‘안전’

[산업+Culture]우리 일상은 단속돼있나? - 산업종합저널 동향
<스즈메의 문단속>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3위를 기록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의 실제 여러 재난이 있었던 곳들을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설정했다. 영화의 절정이 벌어지는 곳이자, 주인공이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떠났던 고향은 이와테현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지역 중 하나다.
“된장국 냄새와 생선 굽는 냄새, (중략) 이른 봄의 아침을 맞은 마을의 냄새였다. (중략) 어린애 목소리, 노인의 목소리, 듬직한 목소리, 다정한 목소리.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한 번에 내 귓가에 닿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중략) 잘 다녀와! 빨리 와라! 조심해서 다녀와. (중략) 다녀올게요. 다녀와라.(중략) 아침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목소리였다. 그날 아침의 목소리였다.” (소설 <스즈메의 문단속>중)

그날 아침.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라져버린 마을의 아침이었다. 주인공 ‘스즈메’는 그 마을의 어린 소녀였다. 재난으로 부모를 잃은 날, 총천연색이 가득하던 소녀의 그림일기에 검은색 크레파스만 남았다. 스즈메의 여정 중에 만나는 사람들 역시 재난을 겪은 이들로 아픔을 마음에 안고 살고 있다. 마음에 상처를 가진 그들은 스즈메에게 선뜻 호의를 베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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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실형 1호 재판장, ‘안전제일’
지난 4월 중대재해법 첫 번째 실형 선고이자 법정 구속이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이뤄졌다.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사건이다.

한겨례가 4월 2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피고인 한국제강 성대표는 ‘안전제일’마크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없다”라고 답했다. 또, 판결문을 보면 한국제강 측은 재판과정에서 “법 시행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제강은 2011년과 2021년 정부 안전점검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5월에도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해 지난 2월 항소심 법원에서 벌금 1천만 원이 확정됐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는 말이 있다. 법은 사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원칙을 담은 것이라는 뜻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발의되고 통과되는 동안,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무수한 반발이 있었다.

2022년 1월, 법이 효력을 발휘한지 이틀 만에 수사대상이 생겨났다. 일각에서는 최종책임자를 회사 경영자가 아닌 실무자 등의 대리인으로 지정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애초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법 제1조(목적)에는 “(중략)안전ㆍ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즉,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투자를 확대해 산업재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법을 바라보는 책임자의 입장에선 기업의 자유를 옥죄는 하나의 걸림돌로 느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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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이 마을 방조제 (사진=mapio.net)

두 번이나 겪은 걸, 세 번 겪을 순 없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흥행하면서, 일본 후다이 마을이 조명됐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8천 명 넘게 사상자가 발생한 이와테현에서 인구 3천 명의 후다이 마을만 거의 전원 살아남았던 ‘후다이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후다이 마을은 1896년과 1933년에 대형 쓰나미가 덮쳐 사상자 수백 명에서 천명에 달하는 비극을 겪었다. 두 재앙을 겪고 살아남아 마을의 촌장이 된 와무라 고토구는 높이 15M의 방조제를 건설하기로 했다.

마을 주민들은 규모가 너무 커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와무라 촌장은 포기하지 않았고 수십 년의 설득 끝에 1984년, 15.5M의 방조제를 건설했다.

와무라 촌장은 1997년 세상을 떠났고, 마을 주민들은 ‘고집쟁이 촌장’이라며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2011년 14M의 초대형 쓰나미가 닥쳤을 때 이 방조제 덕분에 ‘후다이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다.

와무라 촌장은 사람들을 설득하며 “두 번이나 겪었던 것을 세 번 겪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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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2023서울안전한마당'에서 완강기 체험 중인 어린이 참관객들

우리의 일상은 제대로 단속됐을까
<스즈메의 문단속>의 주인공은 문을 ‘단속’하는 여정을 겪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폐허 속 문을 닫는 행위를 재난으로 생긴 상처를 닫는, 치료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일본에 생겨버린 수많은 상처들을 하나씩 치료하며, 결국 자기 마음의 상처도 치유해 앞으로 나가는 이미지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안전수칙은 피로 쓰여진다. 항공기 탑승 절차가 까다로운 이유는 9.11테러 때문이고, 전철에서 출입문 비상개폐장치를 눈에 띄게 해놓은 것은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이후부터다. 재해의 상처를 닫고 치료하는 방법은 같은 사고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상처는 어떻게 치료되고 있을까? 또, 우리는 두 번 겪은 사고를 세 번 겪지 않을 결심을 했을까? 우리의 일상, 안전은 제대로 단속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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