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과도한 전력 소모는 지속 불가능하다. 해답은 인간의 뇌처럼 동작하는 반도체, 뉴로모픽 기술에 있다.”
'2025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의 시선은, 반도체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향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올해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를 선정했다. 이 상은 2003년 제정 이후 국내 과학기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연구개발 업적과 경제·사회적 기여도를 종합 평가해 매년 1명을 시상한다.
황 교수는 DRAM, NAND Flash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 한계를 돌파할 미래 소자를 연구해왔다. 특히 플래티넘/이산화티타늄/플래티넘(Pt/TiO₂/Pt) 구조 내 나노 필라멘트 전환 메커니즘을 규명, 저항 변화 메모리(RRAM)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해당 연구는 2010년 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된 이후 2,450회 이상 인용됐으며, SCI 논문 750편, 국내외 특허 227건, 기술이전 16건을 기록하는 등 학술과 산업계 양측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1998년부터 모교에서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까지 석사 65명, 박사 100명을 배출하며 반도체 분야 인력 양성에도 기여해왔다.
DRAM을 넘어 뉴로모픽으로
황 교수는 인터뷰에서 “현재 DRAM과 플래시 메모리는 전자를 저장하는 부피가 줄어드는 device scaling 한계에 부딪혔다”며, “2000년대 초반, 부도체 박막에서 전기신호로 저항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되면서 이 분야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연구는 DRAM용 초고유전체 개발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새로운 물질을 적용하는 것은 라인 오염 우려 때문에 기피된다. 하지만 신물질 도입 가능성을 높이고, 그 두려움을 줄인 점이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로는, device scaling 비용 부담으로 인한 한계를 꼽았다. “EUV 리소그래피 같은 초고가 공정은 더 이상 경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제는 평면 집적도를 넘어 부피 집적도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DRAM의 3D 적층 구조 개발을 언급했다. 그는 이 분야가 아직 연구 초기 단계라며, “앞으로 기여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AI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칩
앞으로 10년, 반도체 분야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그는 AI의 전력 과소비 문제를 들었다. “AI는 GPU+HBM 기반 하드웨어와 LLM 소프트웨어로 구성되는데, 전력 소모가 지나치게 크다. 수도권 전력 수요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발전소 인근에 지어야 할 정도다. 지속가능한 AI를 위해서는 GPU 성능 개선, PIM(Process-in-Memory) 같은 신개념 칩, 그리고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의 궁극적 목표는 “뇌처럼 동작하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AI 성능 향상을 위해 무한정 GPU를 추가하는 현재 방식의 한계를 넘어,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자의 길, 신념을 지키는 일
가족 모두가 반도체 연구자다. 아내는 KIST에서 반도체 물질 이론 연구를, 아들은 서울대에서 Flash memory 기반 AI 연구로 박사학위를 앞두고 있다. 황 교수는 “가족은 동지이자 스승이다. 함께 연구하며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젊은 연구자들에게 그는 “신념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자신과 사회에 기여하는 길은 결국 그것뿐”이라며, “항상 남의 떡이 커 보이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의 기억을 찾아서를 인생 책으로 꼽았다. “예측 불가능한 연구 인생에서 어떻게 기회를 잡고 어려움을 극복하는지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 로저 펜로즈의 마음의 그림자를 추천하며 “최고의 지성들은 무엇을 고민하는지 궁금할 때 읽는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9일 열리는 2025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회식에서 황 교수에게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 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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