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확산으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발전소 건설 지연 등으로 전력 공급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역 단위 분산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할 핵심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류석현)은 에너지플랫폼연구센터 변길성 박사팀이 개발한 ‘선제적 가상발전소(Proactive VPP, Proactive Virtual Power Plant)’ 기술이 ‘2025년 출연(연)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돼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상을 수상했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전력난의 대안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기반으로 한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일조량, 풍량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해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가상발전소(VPP)는 지역 곳곳에 흩어진 이 에너지 자원들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관리해,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에너지 생산과 분배를 최적화하는 핵심 기술이다.
오차 5%·1분 내 수백 대 제어… '국내 최고 수준'
KERI 변길성 박사팀의 성과는 예측 정밀도, 자원 통합 속도, 계통 이행률 등 모든 항목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Proactive VPP'를 개발한 데 있다.

변길성 박사가 개발한 'Proactive VPP' 기술이 ‘2025년 출연(연)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됐다.
이 기술은 가상현실 기반 디지털 트윈과 AI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의 예측 오차를 연평균 5% 이내, 풍력 발전의 예측 오차를 9% 이내로 낮췄다. 이는 현재 상용화된 국내 예측 기술의 정확도(10~15%) 대비 월등히 향상된 성능이다.
또한, 1분 이내에 ESS 200대, 전기차 150대, 냉난방공조(HVAC) 100대를 동시에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고속 통합 제어 능력을 갖췄다. 기존 VPP가 수십 개 단위의 자원을 제한적으로 운영했던 것과 달리, Proactive VPP는 수백 개의 신재생 및 섹터 커플링 자원(가스, 열 등)까지 하나의 가상 배터리처럼 통합 운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나다.
해외 의존 VPP 시장… "수입 대체·수출 기반 마련"
Proactive VPP는 실제 전력시장 참여 실증을 통해 지령 이행률 8% 이내라는 높은 성과를 달성하며 기술 신뢰성도 입증했다. 이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VPP 분야에서 국내 기술로의 수입 대체는 물론, 향후 해외 전력시장 진출 기반까지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KERI는 관련 기술로 다수의 SCI급 논문 게재와 10건의 국내외 특허 확보, 20건의 지식재산권 출원·등록을 완료했으며, 올해 출연(연) 우수 연구성과로도 선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KERI 변길성 박사팀이 개발한 'Proactive VPP' 개념도
이 성과는 국가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을 해결하고, 수용성을 높여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KERI는 각 지역에서 분산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돼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기회가 창출되고,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 절감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는 등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섹터 커플링 제어, 세계 최고 수준… '자율형 VPP'로 진화"
KERI 변길성 박사는 “국내 최초로 다양한 분산에너지를 실제 계통 수준에서 통합·운영하는 고도화된 VPP 운영 기술을 완성하며,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다수의 섹터 커플링 자원을 집합화해 여러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유연하게 제어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정부 정책과 잘 연계된다면 해외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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