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차세대 전력 전송 방식으로 꼽히는 '멀티 터미널 직류(Multi-terminal DC)' 송배전의 핵심 난제를 해결할 '중전압(MV)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직류(DC) 송전은 효율이 높고 신재생에너지 연계가 쉽지만, 사고 시 고장 전류 차단이 매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교류(AC)와 달리 전류 영점(Current Zero-crossing)이 없어, 이를 강제로 만드는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안현모 박사(오른쪽) 연구팀이 MV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KERI가 개발한 '42kV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는 전력반도체 스위치, 기계식 고속 스위치, 에너지 흡수 장치의 장점만을 조합했다. 전력반도체 스위치가 고장 전류 영점을 강제로 만들면, 기계식 고속 스위치가 아크(전기 불꽃)가 사라진 뒤 발생하는 과도 차단 전압을 견디고, 에너지 흡수 장치가 잔류 에너지를 제거하는 원리다.
해외 선진사들도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과도 차단 전압을 견디기 위해 다량의 전력반도체를 사용해 장치 가격이 비싸고 통전 손실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 KERI는 이 역할을 기계식 고속 스위치로 대체해 고비용 및 송전 효율 문제를 동시에 개선했다. 또한 21kV와 42kV 두 가지 모듈로 개발, 이를 적층해 전압 확장을 구현함으로써 활용성을 높였다.
연구원은 기술 개발을 통해 대규모 정전 사고 방지 등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직류 송전은 전류 차단의 어려움으로 2개 지점 간의 '단일 접속형' 운영이 대부분이었으나, 여러 지점 간의 유연한 직류 송·배전망 구현이 가능해졌다. 이는 전기차 충전소 확대, 에너지 절감형 직류 가전제품 등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현모 KERI 친환경전력기기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기계식 스위치와 전력반도체 스위치 간의 전압 분배, 전류 전환 문제를 해결해 성능을 확보했다"며 "경쟁력 있는 독자 기술로 선진국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고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ERI는 MV급 직류 차단기의 시제품 개발과 공인시험기관 검증을 마쳤으며, 국내외 기술이전 및 수출을 통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100kV급 이상 고전압(HV) 직류 차단기 기술 국산화에도 착수해, 향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직류 송전망 구축 사업에 적극 참여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