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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증제도 ‘다이어트’, 숫자 줄이기보다 중요한 건 ‘기준의 품격’

정부, 실효성 없는 인증 23개 폐지… 기업 ‘모래주머니’ 걷어낸다

[데스크칼럼] 인증제도 ‘다이어트’, 숫자 줄이기보다 중요한 건 ‘기준의 품격’ - 산업종합저널 부품
정부가 ‘인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2025년부터 3년간 246개의 인증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적합성평가 실효성 검토’ 계획이 그것이다. 첫해인 올해는 79개를 검토해 실효성이 없거나 운영되지 않는 23개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인증은 본래 시장의 ‘신호등’이다. 소비자와 기업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제품의 안전과 품질을 보증하는 신뢰의 징표다. 하지만 신호등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교통체증이 유발되듯, 기준이 모호하거나 중복된 인증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가 된다. 이번에 폐지된 ‘삼차원프린팅 소프트웨어 인증’이 대표적이다. 명확한 기준 없이 간판만 걸려 있던 이 제도는 기업에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만 강요해 왔다.

이번 정비안이 긍정적인 이유는 단순한 ‘폐지’에 그치지 않고 ‘합리화’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유사한 목재 제품 인증을 통합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평가’에서 국제표준(ISO 37301)을 인정해 주는 식이다. 특히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 제도를 개선해 신제품과 파생 모델을 동시 등록하게 한 것은 기업의 속도전(Speed)을 배려한 ‘스마트한 규제 개혁’이라 할 만하다.

물론 ‘안전’이라는 최후의 보루는 지켰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 부품이나 어린이 제품 안전 인증 등 12개 제도는 존속시켰다. 이는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제 숙제는 남은 167개 제도다. 앞으로의 검토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실적 채우기식 폐지’다. 특정 제도가 실효성을 잃은 원인이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운영 방식의 문제였는지를 냉철히 따져야 한다. 필요성은 여전한데 방식이 낡았다면,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맞게 다시 설계(Re-design)하는 것이 옳다.

인증제도 정비가 곧 ‘신뢰의 약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 이번 ‘다이어트’가 불필요한 군살만 빼고, 산업 현장의 근육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진짜 혁신은 인증의 개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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