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시·컨벤션(MICE) 산업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서울 코엑스와 고양 킨텍스, 인천 송도로 이어지던 기존 라인업에 ‘수원’이라는 새로운 거점이 추가되면서, 수도권을 아우르는 거대한 ‘MICE 삼각 벨트’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이달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일대가 국내 8번째 국제회의복합지구로 지정됐다. 이는 경기 북부의 킨텍스(2018년 지정)와 인천 송도컨벤시아(2018년 지정)에 이어 수도권 남부를 책임질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음을 의미한다.
단순히 전시장이 하나 더 늘어난 차원이 아니다. 북부의 ‘대형 박람회’, 서부의 ‘국제회의 및 기업 행사’, 남부의 ‘첨단 기술·문화 융합’이라는 뚜렷한 역할 분담이 가능해지면서,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됐던 MICE 수요를 분산하고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울 ‘대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수원, 백화점·호텔 품은 ‘209만㎡’ 복합 클러스터
이번에 지정된 ‘수원 첨단기술(High-Tech) 국제회의복합지구’는 그 규모와 구성부터 남다르다. 수원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롯데아울렛, 갤러리아백화점, 호텔, 수원광교박물관, 월드컵경기장까지 포함하는 209만 6,293㎡의 광활한 구역이 하나의 지구로 묶였다.
정부는 이곳을 단순한 비즈니스 공간이 아닌, 쇼핑과 문화, 관광이 결합된 ‘복합 타운’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공식 지구 지정을 통해 개발부담금 감면과 용적률 완화 등 관광특구에 준하는 혜택이 주어지며, MICE 코어타운, 문화타운, 테크타운 등 6개 특화 구역으로 세분화돼 개발된다.
특히 삼성전자 본사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반도체 및 IT 관련 글로벌 기업 회의와 기술 전시를 유치하는 ‘테크(Tech) 특화 존’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으로 보인다.
킨텍스는 ‘덩치’, 송도는 ‘실속’… 확실한 색깔 찾기
수원이 ‘융합’을 무기로 내세웠다면, 형님 격인 킨텍스와 송도는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고양 킨텍스는 압도적인 ‘규모’로 승부한다. 이미 제1·2전시장을 합쳐 10만㎡의 면적을 보유한 킨텍스는 2028년 제3전시장 완공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총사업비 6,727억 원이 투입되는 제3전시장까지 더해지면 총 전시면적은 17만㎡에 달하게 된다. 이는 아시아권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로, 그동안 공간 부족으로 유치가 불가능했던 초대형 글로벌 전시회를 소화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반면 인천 송도컨벤시아는 ‘가성비’와 ‘내실’에서 독보적이다. 2024년 기준 단일 연도 행사 개최 1,014건,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단순히 사람만 많이 모인 것이 아니다. 약 5,607억 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두며 ‘돈이 되는 MICE’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입지를 활용해 국제기구 회의와 외국인 비즈니스 수요를 흡수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대관업’에서 ‘전략 산업’으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
경기도는 이번 수원 지정을 통해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국제회의복합지구 2곳(고양, 수원)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서울 강남(코엑스)에 집중된 MICE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경기도 전역을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겠다는 ‘권역별 거점 전략’의 일환이다.
성과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경기도 자체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도내 MICE 행사의 투자 대비 수익률(ROI)은 5.35배에 달했다. 전시장 하나가 주변 상권과 숙박, 관광업을 먹여 살리는 ‘고부가가치 엔진’임이 입증된 셈이다.
정부 역시 국제회의산업을 더 이상 단순 서비스업이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경쟁국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MICE 인프라를 확충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마이스 수도권 벨트’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전시장은 이제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부동산 임대업’의 현장이 아니다. 도시의 산업 지형을 바꾸고, 글로벌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킨텍스의 규모, 송도의 실적, 수원의 융합이 만들어낼 시너지가 한국 MICE 산업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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