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국가안보용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산업용 기계류 안전기준, 핵심소재 공급망을 정비하고 있다. 전력·천연가스 시스템의 한파 대응을 점검하는 가운데 세계 산업용 로봇 가동 대수도 500만 대를 넘어섰다.
미국은 국가안보 분야에 필요한 고성능 AI 컴퓨팅 자원의 확보와 데이터센터 보안 강화를 추진한다. 유럽연합(EU)은 2027년부터 적용할 기계류 안전규정의 세부 기준을 준비하고 핵심원자재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동향] 美 AI 안보 인프라 강화·EU 기계류 안전규정 대비…핵심소재 공급망 정비 - 산업종합저널 부품](http://pimg3.daara.co.kr/kidd/photo/2026/11/03/thumbs/thumb_520390_1793670323_90.jpg)
그래픽=산업종합저널·생성형 AI 활용.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 이미지로 실제 시설이나 현장을 촬영한 사진이 아님.
美 백악관, 국가안보 AI 컴퓨팅 확보·데이터센터 보안 강화 지시
미국 백악관은 지난 6월 5일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NSPM-11)를 발표하고 국가안보 분야의 AI 활용 확대와 관련 인프라 확보를 위한 후속 조치를 관계기관에 지시했다.
각서는 관계기관이 90일 이내에 국가안보 분야의 첨단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도록 했다. 로드맵에는 높은 보안 요건을 충족하는 AI 컴퓨팅 시설과 국가안보 목적의 AI 시험환경 조성 방안 등이 포함된다.
민간기업과의 보안 협력체계 구축에는 120일의 기한을 제시했다. 위협정보 공유와 공동 보안점검, 보안 연구개발, 데이터센터의 물리·사이버 보안 강화 등이 협력 과제다.
AI 위험관리 전략과 기본 보안 관행을 담은 이행 지침도 마련하도록 했다. 국가안보 분야에 첨단 AI를 도입하면서 컴퓨팅 시설과 운영체계의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EU 기계류 규정 2027년 1월 적용…AI 안전기능·사이버 위험 반영
EU는 기존 기계류 지침(2006/42/EC)을 대체하는 기계류 규정(Regulation (EU) 2023/1230)의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새 규정은 2027년 1월 20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기존 지침에서 다루던 기계설비의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AI 기반 안전기능과 안전 제어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소프트웨어·사이버 위험도 규율 대상에 포함한다.
제조사는 기계의 안전성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및 제어시스템을 검토하고 해당 제품에 적용되는 요구사항에 맞춰 적합성평가를 준비해야 한다.
제조사가 따라야 하는 적합성평가 절차와 제3자 적합성평가기관의 참여 여부는 기계류의 분류와 적용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EU 집행위원회는 새 규정에 따른 조화표준 목록과 해설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기계류 지침에 따라 마련한 표준을 새 규정 체계에 맞추고 변경된 안전요건을 반영하는 작업이다.
유럽 시장에 기계류를 공급하는 제조사에는 새 규정의 적용 범위와 적합성평가 절차를 확인하는 일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美 전력·천연가스, 한파 대응 개선…동계 대비·부문 간 협력 강조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와 북미전력신뢰도기구(NERC)는 지난 9월 10일 발표한 합동 검토 보고서에서 2026년 초 발생한 극심한 한파에도 광역 전력계통이 전반적으로 양호하게 운영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전력과 천연가스 시스템에 중대한 공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과거 한파 이후 권고한 개선 조치와 사전 대비, 비상명령 등이 계통 운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강추위가 여러 날 이어지면서 전력과 천연가스 시스템 모두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FERC와 NERC는 겨울철 사전 준비와 전력·가스 부문 간 정보 공유, 비상대응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에너지부, 헬륨 핵심소재 지정…반도체 공급망 안정성 강조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10월 23일 '2020년 에너지법(Energy Act of 2020)'에 따라 헬륨을 핵심소재(Critical Material) 목록에 추가했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와 첨단 에너지 기술에 활용되는 산업용 소재다. 고유한 물리적 특성 때문에 일부 핵심 공정에서는 대체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DOE는 미국에 헬륨이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이 존재하지만 정제시설의 처리 역량이 제한적이고 인허가 기간도 길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헬륨 수요가 생산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미국 제조기업의 공급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DOE의 판단이다.
핵심소재 지정은 반도체와 첨단 제조산업에 필요한 헬륨의 공급망 위험을 정책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유럽의회, 핵심원자재법 개정 수정안 채택…20억 유로 기금 제안
유럽의회는 지난 10월 20일 본회의에서 핵심원자재법(CRMA)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찬성 470표, 반대 83표, 기권 108표로 채택했다.
수정안에는 운영 자율성과 별도 재원을 갖춘 EU 기관 형태의 '유럽 핵심원자재 센터' 설립 구상이 담겼다.
센터는 전략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기술 지원과 공동구매, 공급망 위험 분석, 시장 감시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안됐다.
재원 확보 방안도 포함됐다. 유럽의회는 2028~2034년 EU 장기예산을 통해 초기 20억 유로 규모의 유럽 핵심원자재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원자재의 채굴·가공·재활용 역량을 높이고 특정 공급처에 대한 의존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유럽의회는 수정안을 채택한 뒤 기관 간 협상을 위해 안건을 소관 위원회로 돌려보냈다. 센터 설립과 기금 규모는 의회의 제안으로, 최종 입법과 재원 배분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세계 산업용 로봇 508만 대 가동…전기·전자산업 신규 설치 최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World Robotics 2026 – Industrial Robots'에 따르면 2025년 말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507만9,078대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9% 증가해 처음으로 500만 대를 넘어섰다. 같은 해 새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60만3,307대였다.
신규 설치가 가장 많았던 산업은 전기·전자였다. 전기·전자산업은 지난해 14만2,235대를 도입해 전체 신규 설치의 약 23.6%를 차지했다.
자동차산업의 설치 대수는 13만8,429대로 전기·전자산업에 이어 두 번째였다. 전기·전자산업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가 가장 많은 업종이었다.
각국의 조치는 국가안보 AI 인프라 구축 지시, 기계류 안전규정 적용 준비, 핵심소재 지정, 입법 수정안 채택 등 서로 다른 단계에 있다. 제조기업에는 관련 규정의 적용 시점과 대상, 공급망 지원정책의 확정 여부를 구분해 살피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