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늦은 아침, 알람 소리에 준우(유아인)는 잠에서 깬다. 익숙한 듯, 장을 봐달라는 엄마의 쪽지를 무심하게 뒤로하고 컴퓨터 전원을 켠다. 게임 유튜버 준우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시간.
‘야야 TV 한번 켜봐’·‘저거 레알임?’·‘CG 아니야?’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 준우는 거실로 나가 TV를 켜고, 서울 강북에서 시작된 폭동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윽고 어디선가 비명이 들린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준우는 베란다로 나가 밖을 확인한다. 무언가에 쫓기듯 사람들은 뛰어다니고, 사람과 사람이 뒤엉켜 서로를 물어뜯는다.
아비규환 상태, 공포감에 휩싸인 준우의 귓가에 정체 모를 폭동의 이유가 들려온다. “전염병” 일정 시간 잠복기를 거친 뒤 안구출혈 등의 증상과 함께 사망 후 ‘좀비’로 변한다는 속보.
코로나19와 맞닿은 우리 현실처럼 사무실, 학교, 식당 등 대부분 공공장소가 문을 닫았다.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각종 경제지표는 바닥을 쳤다.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생존 20일 차, 물과 식량, 전기, 통신 등 유일한 소통창구인 인터넷까지 끊긴 세상에서 삶의 의지를 상실한 준우는 스스로 삶을 등질 준비를 한다. 올가미가 준우의 목을 서서히 옥죄어온다. 그 순간 아파트 옆 동에서 유빈(박신혜)이 내린 뜨거운 레이저 빛 한줄기가 얼굴에 내리쬔다. 잠들었던 생존 의지가 살아난다.
유빈은 준우에게 식량을 나눌 통로를 만들기로 한다. 야구공을 로프에 묶어 던질 심산이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힘에 공은 1층으로 곤두박질쳤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좌절감이 몰려왔다. 그때 준우가 AR(증강현실) 글라스를 쓰고 드론을 날려 로프를 연결, 가까스로 소통의 물꼬를 튼다.
영화 ‘살아있다’(조일형 감독, 2020)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죽음에 맞선 두 사람의 생존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미장센(mise en scène) 곳곳에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스며있다. 예컨대 드론, 스마트폰, AR(증강현실) 기기, 통화가 가능한 블루투스 이어폰 등이 준우와 유빈을 잇고 위기의 순간을 함께 극복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쓰인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우리도 나름의 생존법을 찾기 시작했다. 식당에선 사람 대신 키오스크(Kiosk), 학교 대신 노트북, 코엑스 전시회는 3D 기술이 접목된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등 ‘언택트(Untact, 비대면)’라는 미명 아래 시공간의 경계가 크게 허물어졌다. 이른바 영화 속 ‘초연결 사회(Hyper connected Society)’는 예상보다 일찍 우리를 찾아왔다.
살아남고자 하는 인류의 본능은 IoT 기술의 진보를 이끌었다. 실제로 언택트 기술과 문화가 확대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일정 선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인간 문명의 승리라고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인간 문명은 원시사회에서부터 지금까지 교통, 통신 등 기술혁신을 중심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심엔 ‘생존’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우린 좀비 같은 코로나19와 싸우며 네 번째 산업혁명의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영화의 결말은 이렇다. 준우와 유빈은 언제 구조대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옥상으로 달린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현실도 그럴 수 있을까? 우리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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