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뽑아내는 실크는 강철보다 강하고, 나일론보다 가벼운 놀라운 물질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거미줄을 활용해 도약하는 장면이 단순한 상상에 그치지 않고,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인공 거미줄(Synthetic Spider Silk)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의료·섬유·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자연을 모방한 혁신적 기술
일본 RIKEN 연구소의 누마타 케이지(Keiji Numata) 박사 연구팀은 거미의 실크 분비선을 모방한 인공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거미가 실크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적·물리적 변화를 재현해, 자연 거미줄과 유사한 인공 실크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자연 거미줄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거미는 실크를 생성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자연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 단백질 공학, 생체 모방 기술을 접목해 대량 생산 가능한 인공 거미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가볍고 유연한 인공 거미줄은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이 인공 실크를 이용해 의료용 붕대 및 생체 적합성 봉합사를 개발하고 있으며, 실험을 통해 쥐의 관절 부상과 피부 병변 치료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인공 거미줄은 인체 친화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수술용 실, 조직 재생 소재, 인공 인대 및 힘줄 제작 등 의료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맞춤형 의료 솔루션과 결합하면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이고, 기존 치료 방법보다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 친화적 섬유 소재로 주목
인공 거미줄 기술은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을 위한 핵심 소재로도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ARTSILK 프로젝트는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천연 거미줄보다 강하고 유연한 인공 실크 섬유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거미의 게놈 분석, 단백질 공학, 단일 세포 RNA 시퀀싱 등의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실크 단백질을 설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합성 섬유보다 강도·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친환경적인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섬유 산업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소재는 석유 기반 합성섬유로, 환경 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인공 거미줄은 생분해성이 뛰어나고 생산 과정에서 화학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섬유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건설·방산 분야까지 확장되는 활용성
강한 인장력을 갖춘 인공 거미줄은 건설 및 방위 산업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거미줄의 구조적 특징을 응용해 초경량 방탄복, 고강도 로프, 충격 흡수 구조물 등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건축 구조물에 적용할 경우 기존 건축 자재보다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 초고층 건물, 교량,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MIT 연구진은 인공 거미줄을 활용한 고성능 방탄복 및 보호장비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소재 대비 가벼우면서도 충격 흡수력이 높은 특성을 갖춘 신소재로 평가하고 있다.
미래 전망… 인공 거미줄, 산업 패러다임 바꿀 신소재로 부상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인공 거미줄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8.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의료·섬유·건설·방산 분야에서 빠르게 도입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인공 거미줄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자연 거미줄보다 강도·탄성·유연성이 뛰어난 신소재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공 거미줄을 활용한 제품들이 상용화되면 의료 혁신, 친환경 섬유 산업 발전, 초경량·고강도 소재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 거미줄 기술이 영화 속 상상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삶을 혁신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jwkim@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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