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배너
윙배너

한국, ‘액체 금속 전자구조’ 발견

고온초전도 현상 중요한 단서 제공

물리학자들은 물질 속 전자 파동의 에너지와 운동량(파수)의 상관관계, 즉 전자 구조를 바탕으로 물질의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설명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고체의 경우 전자 구조를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자 배열이 불규칙한 액체나 비정질 고체(유리)와 같은 물질에서는 그 전자 구조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필립 앤더슨과 네빌 모트 등은 1960년대 각고의 노력 끝에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 모델을 고안했지만,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실험적으로 발견된 적이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필립 앤더슨과 네빌 모트 등이 1960년대 이론 모델로 예측한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를 실험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 ‘액체 금속 전자구조’ 발견 - 산업종합저널 전자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가 발견된 결정 고체와 액체금속의 계면과 하단 좌측부터 김근수 교신저자, 류세희 제1저자, 허민재 제1저자, 박도윤 제1저자(출처=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액체금속을 직접 측정하는 과거의 방식과는 달리, 결정고체 위에 알카리 금속을 분사해 그 사이에 계면을 관측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검은인(흑린)이라는 결정 고체 표면에 알카리 금속(나트륨, 칼륨, 루비듐, 세슘)을 뿌려줬고, 알카리 금속으로 도핑된 검은 인의 전자구조를 장비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1960년 앤더슨과 모트 등이 예측했던 뒤로 휘는 독특한 형태의 전자구조와 ‘유사갭*’을 발견했다.
유사갭(pseudogap)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경우 양자역학적 효과로 인해 전자는 완전한 에너지 간극을 갖는다. 반면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경우 전자는 불완전한 에너지 간극을 갖게 되는 데, 1968년 네빌 모트는 이 현상을 ‘유사갭’이라 명명했다.
결정고체인 검은 인의 전자들이 불규칙하게 분포된 알카리 금속의 원자들에 의해 공명산란* 돼 ‘액체금속의 전자구조’와 같은 특징을 갖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유사갭’을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응집물리학의 풀리지 않는 난제 중 하나인 고온 초전도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약 고온초전도 현상의 매커니즘을 규명해 상온 초전도 개발에 성공한다면 에너지 손실 없는 전력 수송이 가능해 자기부상열차, 전력수급난 해결, MRI와 같은 의료용 진단기기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연구책임자인 김근수 교수는 “불규칙하게 배열된 이종 원자들과의 충돌 효과로 유사갭을 설명할 수 있다”며, “고온초전도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5일 자정(한국시간)에 게재됐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0 / 1000


많이 본 뉴스

불 끄는 전해액,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제어 기술 확보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열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난연성 전해액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전해액 발화를 막기 위해 소화 원리를 접목한 접근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구조적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충남대학교 송승완 교수 연구팀은

국내 연구진, 박막 탠덤 태양전지 세계 최고 효율 달성

차세대 태양광 발전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박막 탠덤 태양전지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공동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태양전지에서 26.3%의 광발전성능을 구현해, 미국 국립재생에너

세계 최초 고압 분사 방식 2리터급 친환경 암모니아 엔진 개발 성공

온실가스 발생이 없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인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2리터급 엔진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향후 차량, 선박, 항공용 모빌리티의 동력원과 산업용 발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 친환경에너지연구본부 박철웅 책임연구원

"AI가 만든 코드, 보안·품질까지 잡았다"… ETRI, '신뢰형 코드 생성 기술' 공개

"로그인 기능을 만들어줘" 같은 자연어 명령만으로 실제 실행 가능한 코드를 생성하는 AI가 보안 취약점, 논리 오류 등 품질 문제를 드러내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AI가 만든 코드의 '신뢰성'까지 보장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

"정보 탈취형 악성코드 이메일 84% 급증"

2024년 한 해 동안 인포스틸러 악성코드를 이용한 이메일 공격이 전년 대비 84% 급증했다. IBM이 24일 발표한 ‘2025 엑스포스 위협 인텔리전스 인덱스’에 따르면, 사이버 공격자들은 AI를 활용해 피싱 수법을 정교화하고, 주요 기반시설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공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