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성장의 핵심 대사반응(metabolic reaction)을 규명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윤성호 교수(건국대학교) 연구팀이 인공지능과 가상세포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영양 조건에서 미생물 성장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대사반응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미생물은 주어진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세포 내 대사과정을 정밀하게 조정함으로써 최적의 세포 성장을 유지한다. 이러한 세포의 대사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대사 유전자 및 경로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수 천 개의 유전자, mRNA, 단백질, 대사물질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생물 시스템 내에서 세포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사반응을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필요로 한다.
연구팀은 가상세포로부터 예측된 대사반응 데이터와 다양한 성장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머신러닝 및 딥러닝 모델을 개발, 연구에 널리 쓰이는 모델 미생물인 대장균 K-12를 대상으로 30가지 주요 영양조건에서의 균주 성장에 중요 또는 저해되는 대사경로를 도출했다.
그 결과, 생합성 경로는 대부분의 탄소원에서 성장을 촉진하지만, 에너지 생성 경로의 중요도는 탄소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예측된 주요 대사반응은 유전자 조작 실험과 배양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예를 들어 대장균이 아세트산을 탄소원으로 이용할 경우, 피루브산 산화과정이 균체 성장을 저해한다고 예측됐으며, 실제로 이를 차단하면 성장이 촉진됐다.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윤성호 교수는 “유전체 설계를 통한 맞춤형 미생물 제작 및 최적의 생산 전략 수립에 중요하게 이용될 수 있다”며, “향후 다양한 생명현상 연구에 확대 적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제 1저자인 우현재 석사과정생은 “가상세포 기반 예측 데이터와 대량의 실험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데 인공지능 기법이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와 기본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시스템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시스템즈 바이올로지(Molecular Systems Biology)’에 1월 30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의 필요성
미생물은 사용하는 영양소(탄소원)의 종류에 따라 대사 경로를 조절해 최적의 균제성장을 유지한다. 이러한 대사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균체 성장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대사반응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생물 시스템은 수 천 개의 유전자, mRNA, 단백질, 대사물질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복잡성(complexity)과 더불어, 다양한 외부 환경변화에도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세포의 견고성(robustness)으로 인해 세포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대사과정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실험을 통해 각각의 대사반응을 연구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기존에 공개된 실험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연구내용
인공지능과 가상세포를 활용해 생물학 연구에 널리 쓰이는 대장균(E. coli K-12)이 30가지 주요 영양분(탄소원)에서 성장을 촉진 또는 저해하는 대사반응을 예측했다. 두 종류의 인공지능 모델(elasticnet regression 머신러닝, multilayer perceptron 딥러닝)을 훈련시키기 위해, 30가지 탄소원 조건에서 각각 1,422개의 대장균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의 성장값을 출력데이터로, 이에 해당하는 대사경로 시뮬레이션 값을 입력데이터로 이용했다.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각 탄소원에서의 미생물 성장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대사경로를 예측했고, 주요 예측 결과에 대해 유전자 제거와 배양실험을 통해 실제로 검증했다.
개발된 인공지능 모델의 분석 결과, 생합성 대사 경로는 대부분의 탄소원에서 세포 성장을 촉진하지만, 에너지 생성 대사 경로의 중요성은 사용된 탄소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을 통해 검증한 주요 예측 결과로는, 다양한 탄소원이 글리옥실산 회로(glyoxylate shunt), 피루브산 산화과정(pyruvate dehydrogenase), 그리고 퓨린 생합성 반응(purine biosynthesis)이 다양한 탄소원을 사용할 때 미생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포함된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인공지능과 가상세포를 활용해, 다양한 영양조건에서 미생물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대사 과정을 규명했으며, 미생물 성장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구체적인 대사 반응을 규명했다. 이는 전체 대사 과정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중요한 도약을 의미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세포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사 반응들을 조절함으로써, 효율적인 생산균주를 개발할 수 있다. 본 연구기법은 다양한 종류의 산업균주와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에 적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통한 핵심 대사반응 규명 과정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30가지 영양조건에서 각각 1,422개의 대장균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의 성장값을 출력데이터로 사용하고, 이에 해당하는 대사경로 시뮬레이션 값을 입력데이터로 이용한다. ②두 가지 인공지능 모델(머신러닝, 딥러닝)을 생성한다. ③각 30가지 영양조건에서의 미생물 성장에 중요/저해되는 대사경로를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예측한다. ④ 주요 예측 대사반응에 대해 유전자 제거 및 배양실험을 통해 검증한다.(설명 및 그림 제공 : 건국대학교 윤성호 교수)
인공지능 모델로부터 예측된 주요 대사반응의 실험검증
특정 대사반응은 탄소원에 따라 세포 성장을 촉진(+) 또는 저해(-)한다고 예측, 이를 유전자 조작 및 배양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좌측 그림은 유전자 제거로 의해 차단된 대사반응을 X로 표시했고, 우측 그림은 각 대사반응이 제거된 균주와 야생형(wild-type) 균주의 성장을 비교한 것이다. ① 피루브산 산화과정(pyruvate dehydrogenase)은 옥살아세트산과 석신산에서 성장이 촉진(+)된다고 예측했다. 이 대사반응을 제거하면 성장이 저해된다. 반대로, 성장을 저해한다고 예측된 아세트산(-)에서는 피루브산 산화과정을 제거하면 성장이 촉진된다. ② 글리옥실산 회로(gloxylate shunt)를 차단하면, 알라닌(+)과 아세트산(+) 배양환경에서는 미생물 성장이 저해되고, 포도당(-), 과당(-), 글리세롤(-)에서는 성장이 촉진한다. (설명 및 그림 제공 : 건국대학교 윤성호 교수)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좌측부터 윤성호(교신저자), 우현재(제1저자)
▲미생물은 다양한 바이오제품 생산에 널리 이용되며, 미생물 기반의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미생물 성장에 중요한 대사반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해 보이는 대장균조차 수천 개의 유전자, mRNA, 단백질, 대사반응(metabolic reaction), 대사물질(metabolites)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전체 대사과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균주성장을 조절할 수 있는 대사반응을 규명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실험을 통해 각각의 대사반응을 연구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기존에 공개된 실험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본 실험실은 대사네트워크 모델링 분야에서 오랜 연구 경험을 갖고 있어, 인공지능 기반의 응용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연구는 인공지능과 가상세포를 활용해, 다양한 영양조건에서 미생물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대사 과정을 규명했으며, 미생물 성장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구체적인 대사 반응을 규명했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은 예측 결과의 근거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가상세포 모델과 SHAPley 분석기법을 결합해, 다양한 영양조건에서 미생물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대사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는 전체 대사 과정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중요한 도약을 의미한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세포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사 반응들을 조절함으로써, 효율적인 생산균주를 개발할 수 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연구기법을 다양한 종류의 산업균주와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에 적용하고자 한다. 또한, 인체 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을 조절하는 연구분야에 적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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