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락길 팀장이 액체수소용 안전밸브의 성능을 확인하는 모니터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수소전기연구팀이 액체수소 생산과 안전밸브 성능 평가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정된 ‘수소의 날’에 맞춰 발표돼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액체수소는 수소가스를 –253도까지 냉각해 액체로 만든 것으로, 기체 형태보다 부피가 800배 작아 보관이 용이하다. 운송 시에도 기존 수소 가스보다 대량으로 안전하게 옮길 수 있어 수소 보급의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액체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장기 저장 및 이송 중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고, 탱크 내부 압력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안전밸브와 같은 부품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안전밸브는 내부 압력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수소를 방출해 압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KERI 방폭시험동에서 안정성 검증을 받고 있는 '액체수소용 안전밸브 성능 평가 장치'
현재 국내에서는 액체수소 네트워크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안전밸브 제조 기업들은 액체수소보다 높은 온도의 대체 물질인 액체질소나 액체헬륨을 이용해 부품을 검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품의 성능을 완벽히 평가하기 어려워, 액체수소 안전밸브의 품질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KERI는 액체수소를 생산하고 안전밸브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KERI는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을 기반으로 극저온 냉각 기술을 통해 액체수소를 장기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국내의 유일한 연구기관이다. 이번 장치는 3톤 용량의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용 안전밸브를 평가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설치해 운용할 수 있도록 이동형으로 제작됐다. 또한, KERI의 방폭시험동에서 안전성 검증을 완료해, 안전성과 실용성을 확보했다.
KERI 수소전기연구팀 고락길 팀장은 “국내외에서 실제 액체수소 환경에서 안전밸브 성능 평가를 진행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라며, “이번에 개발한 장치를 통해 국내 수소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KERI는 앞으로도 실험을 통해 더 높은 압력과 대용량 수소를 감당할 수 있도록 장치의 기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또한, 한국가스공사 등 공인 인증기관의 안전밸브 성능 평가에도 장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요구 사항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번 장치가 국내 액체수소 관련 부품 및 평가 장치 기업들에게도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KERI는 기술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이번 연구는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액체수소 운송을 위한 3,000kg 용량 탱크 트레일러 개발 및 실증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