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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보이지 않는 산업을 위한 예산, 현장은 여전히 낯설다

뿌리산업에 ‘활력’ 불어넣겠다는 정부, 사상누각 되지 않기를…

[데스크칼럼] 보이지 않는 산업을 위한 예산, 현장은 여전히 낯설다 - 산업종합저널 동향
정부는 올해 6천846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해 인력확보, 공정혁신, 디지털 전환, 생태계 조성 등 다방면에 걸친 실행계획을 내놓았다.

뿌리산업의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은 늦었지만 반갑다.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소성가공 등으로 구성된 뿌리산업은 단순히 제조업의 하청 구조를 의미하지 않는다.

전방산업이라 불리는 자동차, 반도체, 조선 같은 분야가 세계와 경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기반 산업의 축적 덕이었다. 그러나 이 뿌리 위에 기생한 수많은 위선과 무관심은 결국 산업의 구조 자체를 갉아먹었다. 인건비는 낮고, 노동환경은 위험하며, 인력은 끊임없이 빠져나갔다.

예산 규모만 놓고 보면 전년보다 6.9% 증가했고,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특허청까지 합세한 범정부적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무게감은 분명히 느껴진다. 하지만 이 계획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접근이 아니라, 또다시 "양적 확대"로 귀결될 우려는 여전하다.

청년 인력 매칭, 외국인 전문인력 양성, 공정 자동화, 로봇 도입 모두 그 자체로는 좋은 키워드지만, 구체적인 실행 수단이 빠져 있고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변화의 속도’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현장의 숨은 목소리는 빠져 있다. 뿌리기업 대부분은 10명 안팎의 소규모로 운영되며, 대표가 기계 앞에 서야 운영되는 구조다. 이런 기업에게 ‘디지털 전환’은 낯선 말이다.

공정혁신 시뮬레이션 센터가 시흥에 생긴다고 해도, 그 정보에 접근하고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주는 극히 일부다. 실제로는 대기업 협력사 중에서도 체계화된 중견기업이 수혜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구조는 도리어 뿌리산업 내 양극화를 고착화할 수 있다.

교육기관 지정, 기술개발, 플랫폼 구축 모두 탑다운 방식이다. 애초에 정부가 말하는 '인력양성'과 기업들이 말하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말 사이엔 괴리가 있다. 청년이 뿌리산업을 기피하는 건 복지 때문이지 직업의 이름 때문이 아니다. 명확한 임금 체계, 안전한 노동환경, 노동권 보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혁신도 사상누각이다.

또한 ‘지역 협업’을 강조하면서도 지역 주체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의문이다. 지역 특화단지, 권역별 운영위원회, 공용장비 구축 계획은 일견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예산 편성과 사용권한이 지방에 얼마나 위임될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지역 대학과 연구소가 뿌리기업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려면, 단순한 과제 수행 이상으로 지역 정책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과제 몇 개 수주받는 것으로는 지역 생태계가 바뀌지 않는다. 뿌리산업이야말로 ‘중앙이 아닌 현장’에서 작동하는 구조다. 지역이 중심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하청화된 지역 참여’가 반복된다면, 다시 원점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산업정책에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다. 뿌리산업은 더 이상 제조업의 낡은 이름이 아니다. 숙련과 안전, 기술의 지속성이라는 진정한 산업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다.

정부가 말하는 ‘활력 회복’은 돈을 푸는 방식이 아니라, 이 산업이 사라져도 되는 산업이 아니란 확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첨단산업에만 주목하는 시선은 결국 대한민국 제조업의 기반을 잃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뿌리 없는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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