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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핵심기술이란 말, 그 안에 담긴 힘의 구조

"기술은 보호의 대상이자, 경쟁의 무기다"

[데스크칼럼] 핵심기술이란 말, 그 안에 담긴 힘의 구조 - 산업종합저널 동향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총 18건의 기술이 새롭게 지정되거나 조정됐으며, 이 가운데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아연제련, SAR(합성개구레이다) 신호처리 기술 등 3건이 처음으로 국가핵심기술 목록에 포함됐다.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해, 핵심기술의 지도는 지금도 재편되고 있다.

행정문서의 문장은 언제나처럼 간결하다. ‘신규 지정’, ‘적용 범위 확대’, ‘표현 및 범위 조정’. 기술을 다루는 정부의 화법은 변함없이 냉정하다. 그러나 그 단조로운 표현 너머에는 기술이란 단어가 지닌 결코 중립적이지 않은 무게가 스며든다.

MLCC는 스마트폰, 전기차, 의료기기 등 현대인의 일상을 떠받치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이다. SAR 신호처리 기술은 위성을 통한 정찰과 감시, 재난 대응의 눈이 된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기술 사양일지 몰라도, 다른 누군가에겐 안보와 생존의 쟁점이다.

국가가 어떤 기술을 ‘핵심’이라 명명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유출 방지의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기술은 이미 국경을 초월한 경쟁의 중심에 있으며, 그 안에는 인재와 자본, 전략과 외교가 얽혀 있다. ‘핵심기술’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정치적 의미를 띠고 외교의 카드가 되며, 산업 헤게모니를 둘러싼 힘의 중심축이 된다. 기술 보호는 더 이상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건 구체적인 실천이다.

개정안은 보호체계의 ‘최신화’를 겨냥한다. 단위 표기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기술 용어를 정비하며, 적용 범위를 재설정한다. 이는 우리 기술 생태계가 정체돼 있지 않다는 증거다. 세계는 빠르게 달리고 있고, 우리는 그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갱신’ 중이다. 국가가 지정하는 핵심기술 목록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우리 산업이 어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산업지도이자 미래의 좌표다.

다만, 참여의 방식은 여전히 질문을 남긴다. 고시 개정안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일반 시민이 이처럼 전문적인 기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참여가 형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더 많은 설명과 해설,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이 곧 권력이 되는 시대, 그 권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묻는 일 또한 중요해졌다.

행정예고는 이달 27일까지다. 고시 문장은 조용히 흘러가지만, 그 문장 속에 담긴 기술과 사람, 산업의 역동성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짧은 고시 한 줄이 몇 년 뒤 우리의 일터와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핵심기술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권력의 지형도를, 우리는 더욱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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