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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해킹보다 두려운 것은 기업의 무감각이다

“피해는 밝혀졌고, 설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데스크칼럼] 해킹보다 두려운 것은 기업의 무감각이다 - 산업종합저널 동향
297만 명. 피해 고객 수치다. 200기가바이트. 빠져나간 정보의 용량이다. 롯데카드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는 수치만으로도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엄청난 침해가 사고 이후에야 외부에 알려졌고, 그 과정에서 책임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보안 실패로 끝날 수 없는 사건이다. 정보 유출은 이제 개인정보가 곧 자산인 시대에 실질적인 피해를 유발한다. 계좌번호, 카드번호, 연락처, 이름 등은 단순한 문자열이 아니다. 한 사람의 경제 생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민감 정보다. 그런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됐지만, 사고의 전말은 여전히 흐릿하고, 책임의 구조는 불분명하다.

롯데카드는 유출 사실이 확인되자 즉각적인 보완 조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선보상과 카드 재발급,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고객 보호에 나섰다고 했다. 또한 연도별 보안 예산, 인력 확대, 백업 시스템 고도화 등 투자 내역을 공개하며 평소 보안 관리에 최선을 다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이후의 조치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당초 보고된 유출 용량은 1.7GB였지만, 실제 피해는 200GB에 달했다. 내부 시스템을 장악당한 정도라면 이미 탐지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미다. 사후 대응은 기본이고, 사전 예방과 실시간 대응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주주사들의 보안 투자 미흡을 지적했지만, 롯데카드는 그간의 투자 기록을 바탕으로 이를 부인했다. 투자 자체가 부족했다기보다, 그 투자와 시스템이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유효하게 작동했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고객정보 보호는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서비스의 기본값이다.
[데스크칼럼] 해킹보다 두려운 것은 기업의 무감각이다 - 산업종합저널 동향

정보보호는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다. 예산 규모, 인력 수, 점검 횟수가 아니라 고객 피해를 막아냈느냐, 위험을 제때 감지했느냐, 사실을 정확히 알렸느냐로 평가받는다. 이번 사고가 여느 보안 사고와 다르다면, 그 이유는 금융회사의 시스템 중심부가 뚫렸고, 피해의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사고가 반복될수록 소비자의 신뢰는 점점 줄어든다. 해킹은 기술의 문제일 수 있지만, 기업의 대응은 태도의 문제다. 실제 피해가 없다고 해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피해 여부가 아니라 피해 가능성이 문제인 시대다.

정보 유출은 단지 기업 내부의 위협이 아니다. 고객의 일상 전체를 흔드는 외부의 충격이다. 그리고 이런 충격에 기업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그것이 고객이 회사를 다시 선택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의 본질은 결국 신뢰다.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숨기지 않고 책임지는 것이다. 고객은 완벽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관심과 무책임에는 분명하게 반응한다.
산업종합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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