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기계적 자극에 스스로 반응해 전류 흐름을 조절하고, 인간의 촉각 기억까지 모사하는 초저전력 인공 신경소자가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한양대학교 김도환 교수와 KAIST 문홍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기계적 자극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이온 다이오드 신경소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온 다이오드의 조절 가능한 이온고갈층 형성을 위한 소재 설계 및 특성화 개념도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이온 다이오드'다. 기존 이온 다이오드는 내부에 포함된 양이온과 음이온의 이동 속도 차이(전도도 비대칭성) 때문에 두 물질이 만나는 계면에 '이온 고갈층'이 불안정하게 형성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외부 자극을 정확히 감지하지 못하거나 전력 소모가 컸다.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분자 설계 전략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고분자의 양·음이온 전도도 균형을 정밀하게 맞춰 계면에 두껍고 안정적인 이온 고갈층을 형성했다.
이렇게 개발된 소자는 '기계자극 게이팅(Mechano-gating)' 현상을 구현했다. 평소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다가, 압력이나 응력 등 외부 힘이 가해질 때만 스스로 문을 열듯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실제 로봇 손가락에 부착한 실험에서 소자는 압력 세기에 따라 LED 밝기를 단계적으로 조절하는 등 인간의 촉각 반응을 그대로 모사했다. 특히 반복적인 자극을 받으면 신호 전달 효율이 높아지는 '시냅스 가소성'까지 입증했다. 이는 생명체가 학습을 통해 기억을 강화하는 원리와 같다.

이온 다이오드의 동적 시냅스 가소성_촉각 신경 소자로의 응용
에너지 효율도 크게 개선됐다. 정지 상태에서는 펄스당 0.41nJ(나노줄), 작동 시에는 1.49nJ의 전력만 소비한다. 기존 트랜지스터 기반 신경소자 대비 에너지 효율이 10배에서 최대 5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김도환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 소재가 아닌 이온을 이용한 정보 처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며 "생체 신경의 신호 전달 원리를 인공 소자에 구현해 인공지능형 감각 신호 처리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문홍철 KAIST 교수는 "기존 시스템의 구조적 복잡성과 에너지 비효율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했다"며 "지능형 촉각 신경망과 자율 감지 로봇 플랫폼 개발에 응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해당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12월 11일 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