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화와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DX)이라는 거대한 산업 파고 속에서 ‘세라믹’이 차세대 전략 소재로 재조명되고 있다. 오는 3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세라믹 산업 박람회 ‘세라미텍(ceramitec) 2026’은 세라믹을 단순한 부품 소재를 넘어,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 축으로 제시할 전망이다.
독일 뮌헨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세라미텍 2026은 오는 3월 26일부터 사흘간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전통적인 소재 전시를 넘어 탈탄소화, 디지털 전환, 공급망 내재화라는 글로벌 산업 의제를 관통하는 ‘미래 전략 소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AI·데이터 기반으로 진화하는 세라믹 제조
세라미텍 2026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세라믹 제조의 지능화’다. 세라믹은 난삭재 특성과 까다로운 고온 소성 공정 탓에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더딘 분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AI 기반 공정 최적화, 품질 예측, 생산 데이터 분석 솔루션이 전면에 등장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공정 제어와 품질 관리에 실시간으로 활용되면서, 숙련공의 감각에 의존하던 전통적 제조 방식이 알고리즘 기반의 스마트 공정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는 자원 손실을 줄이고 공정 편차를 낮추는 동시에, 대량 생산과 고정밀 생산을 병행해야 하는 첨단 산업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국내 제조 기업들에도 생산성 개선과 공정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 있는 벤치마킹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적층제조, 파인세라믹 시장의 구조 바꾼다
반도체 장비와 정밀 의료기기 분야에서 특히 주목되는 영역은 ‘적층제조(3D 프린팅)’ 기술이다. 복잡한 내부 구조 구현이 가능하고 고가 소재의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적층제조는 차세대 파인세라믹 시장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엑스젯(XJet 3D), 프로드웨이(Prodways)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선보이는 초정밀 세라믹 부품 제조 솔루션은 반도체 식각 공정용 부품, 맞춤형 의료용 임플란트 등 고부가가치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극한의 정밀도와 반복 생산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산업 특성상, 적층제조는 기존 절삭 가공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세라믹,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격상
글로벌 소재 기업들의 전면 등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일본의 교세라, 덴카 등 소재 공룡들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용 고순도 파인세라믹을 앞세워 첨단 산업 수요에 대응한다. 이는 우주항공, 모빌리티, 방산 등 극한 환경에서 요구되는 내열·내마모 성능을 세라믹이 충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고부가가치 산업일수록 소재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기술 주권과 공급망 안정성을 좌우하는 ‘국가 전략 자산’으로서 세라믹의 위상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산학연 협력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전시
세라미텍 2026은 단순 기술 전시를 넘어 협업 생태계 구축에도 초점을 맞춘다. 새롭게 도입되는 ‘DKG 아고라’는 대학·연구소·스타트업과 산업계가 직접 연결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이다.
소재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실증과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협력 구조를 염두에 둔 이 공간은, 기술 중심의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에 실질적인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한계 넘는 ‘라스트 퍼즐’로서의 세라믹
세라미텍 주최사인 메쎄 뮌헨의 전시 디렉터 마리타 레프는 “세라믹은 에너지 효율과 기술적 한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소재지만, 그 잠재력이 충분히 평가받지 못해왔다”며 “세라미텍 2026은 원자재부터 최종 응용까지 전 밸류체인을 연결해 소재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중립을 위한 고성능 단열재,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극한 환경용 부품까지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한국 산업계가 직면한 ‘소재 자립’과 ‘초격차 기술 확보’ 전략을 재점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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