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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여서 만든’ 초고압 절연 소재… 폴리프로필렌 한계 넘었다

유승건 박사팀, 유독성 용매 없는 ‘용융 그래프팅’ 공정 개발

‘녹여서 만든’ 초고압 절연 소재… 폴리프로필렌 한계 넘었다 - 산업종합저널 소재
(왼쪽부터)KERI 유승건·김민희·권익수 박사가 전력기기용 절연 소재인 '폴리프로필렌'의 성능 한계를 넘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전력기기의 혈관과도 같은 케이블 절연체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기존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소재가 가진 고전압 절연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는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 화학 용매를 쓰지 않고 열로 녹여 섞는 방식을 적용해 친환경성과 생산 효율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KERI 절연재료연구센터 유승건 박사팀은 폴리프로필렌에 전압 안정제(Voltage Stabilizer)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건식 용융 공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고전압 환경에서도 탁월한 내구성을 갖춘 신소재를 구현해 냈다고 밝혔다.

산업계 난제, ‘건식 용융’으로 풀다
폴리프로필렌은 가볍고 재활용이 쉬워 전력기기 절연체로 널리 쓰이지만, 최근 송전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전압화(High-voltage) 추세 속에서 성능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절연 성능을 높이기 위해 첨가제를 섞어야 하는데, 기존 방식은 유독성 유기용매를 사용해야 했고 그마저도 소재 표면에만 반응이 머무르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녹여서 만든’ 초고압 절연 소재… 폴리프로필렌 한계 넘었다 - 산업종합저널 소재
KERI 유승건 박사팀이 '용융' 공정을 활용해 기존 절연 소재인 '폴리프로필렌'의 성능 한계를 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산업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용융(Melting)’ 방식에서 해법을 찾았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폴리프로필렌 분자와 최적의 결합력을 가진 전압 안정제 후보군을 선별한 뒤, 이를 열로 녹인 폴리프로필렌과 혼합하는 ‘용융 그래프팅(Melt-grafting)’ 기술을 적용했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치대듯 소재가 고온에서 유연해진 상태에서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전압 안정제가 소재 전체에 고르게 퍼지도록 했다. 그 결과 탄생한 신소재는 고전압 환경에서도 전기장이 특정 부위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절연 파괴를 막는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다.

세계가 주목한 ‘K-절연 기술’
해당 연구 성과는 재료공학 분야의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19)’에 게재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고전압 절연 소재 연구가 JCR 상위 4.5%에 해당하는 저널에 실린 것은 국내 최초 사례다.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KERI 내부의 전력케이블연구센터(권익수 박사팀), 친환경전력기기연구센터(김민희 박사)가 검증에 참여했고, 일본 규슈공업대학(Masahiro Kozako 교수팀)과의 국제 협력도 병행됐다.

유승건 박사는 “기존 기술의 복잡한 공정과 환경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계에 익숙한 방식을 택했다”며 “별도의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기업이 즉시 활용 가능한 실용적 기술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녹여서 만든’ 초고압 절연 소재… 폴리프로필렌 한계 넘었다 - 산업종합저널 소재
유승건·김민희·권익수·Masahiro Kozako 박사가 절연 소재 '폴리프로필렌'의 성능 한계를 넘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초고압 케이블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적용 확대
개발된 소재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케이블은 물론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등 고전압과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전력기기 전반에 폭넓게 적용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확보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관련 기업에 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차세대 전압 안정제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등 소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글로벌 기술 격차를 벌린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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