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장재영 교수 연구팀이 공정에 사용하는 용매의 극성을 조절해 유기 반도체 도핑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틸아세테이트 용매를 적용한 결과, 기존 염화철(FeCl3) 도핑 방식보다 열전 소자의 전력인자를 2배 이상 높이고, 80℃ 고온에서 저항 변화를 100배 이상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3월 29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으며, 오는 8월 7일 발간되는 44호 인사이드 백 커버(Inside Back Cover) 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용매의 극성에 따른 루이스 페어 도펀트의 형성 메커니즘(上)과 용매 극성을 이용한 루이스 페어 도펀트의 반응성와 도핑된 유기 반도체의 소자 성능 및 안정성(下)
유기 반도체 소자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내부 전하 농도를 조절하는 도핑 공정이 필수다. 루이스 산과 염기성 분자가 결합한 루이스 페어 도펀트는 강한 도핑 세기와 우수한 안정성을 동시에 갖춰 유기 열전·트랜지스터·광전자 소자 등에 적용 가능한 유망 소재로 꼽혀 왔다. 그러나 반응성이 지나치게 커 도핑 수준을 미세하게 조절하기 어렵고, 공정 과정에서 반도체 박막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공정에 사용되는 용매에서 해법을 찾았다. 용매의 극성에 따라 루이스 페어 도펀트의 형성 메커니즘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해, 루이스 산인 트리스(펜타플루오로페닐)보란(BCF)과 용매 간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극성이 큰 용매에서는 BCF가 용매와 안정한 부가체를 형성해 활성 도펀트 생성이 억제되는 반면, 적절한 극성의 용매에서는 이 부가체가 해리되면서 도핑 반응성이 최적 수준으로 조절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에 사용된 도펀트 시스템은 2,3-dichloro-5,6-dicyano-p-benzoquinone(DDQ)와 BCF로 이루어진 루이스 페어 도펀트(DDQ:BCF)다. 연구팀은 다양한 용매 환경에서 DDQ:BCF 도핑 반응성과 유기 반도체의 열전 특성을 비교해, 용매 극성이 도펀트 생성과 반도체 박막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에틸아세테이트 용매 조건에서 도핑을 수행한 결과, 여러 유기 반도체에서 도핑 수준을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지벡 계수 227 μV/K, 전력인자 170 μW/mK²를 달성했다. 이는 기존 FeCl3 도핑 방식 대비 전력인자가 2배 이상 향상된 수치로, 도핑량을 단순히 늘리지 않고도 전기 출력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열적 안정성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DDQ:BCF 도핑을 적용한 열전 소자는 80℃ 열처리 환경에서 FeCl3 도핑 대비 저항 변화가 최대 약 100배 이상 적게 나타나, 고온 운전 조건에서 성능 저하가 크게 억제됐다. 연구팀은 분광 분석(NMR, XPS, Raman, FTIR), 2D-GIXD 측정과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을 통해, 이러한 성능 향상이 루이스 페어 형성 효율 향상, 더 정돈된 분자 배열 유지, 반도체 내 전하가 보다 넓은 영역에 퍼져 이동하는 폴라론 비편재화 길이 증가에 기인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장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도펀트 분자 설계에만 의존하던 기존 접근에서 나아가, 공정 용매와 반응 메커니즘을 함께 설계해 도핑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유기 열전 소자는 물론 유기 트랜지스터, 광전자 소자 등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다른 전자소자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소자 성능과 장기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펀트·유기 반도체·용매 조합을 발굴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