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대형화로 가볍고 긴 유연 케이블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길고 넓은 유연회로기판(FPCB)을 연속 공정으로 패키징하는 제조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류석현, 이하 기계연) 연구진은 롤투롤(roll-to-roll) 기반 다이렉트 롤 라미네이션 공정을 적용해, 한 장씩 눌러 붙이던 방식이 아닌 연속 생산 환경에서 대면적 FPCB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기계연구원 나노리소그래피연구센터 한준세 선임연구원(오른쪽), 이찬우 학생연구원(왼쪽)
기계연 나노융합연구본부 나노리소그래피연구센터 한준세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소재를 멈추지 않고 이동시키면서 접착 필름을 충진하는 다이렉트 롤 라미네이션 공정 접근법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반경화 상태의 접착 필름이 회로 사이를 어떻게 채우고 퍼지는지를 공정 속도, 압력 등 조건별로 정량 분석해, 연속 제조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접착이 가능한 공정 조건을 도출했다.

장길이 및 대면적 유연회로기판 연속 패키징을 위한 롤투롤 다이렉트 라미네이션 시스템
핫 프레스를 활용한 기존 시트형 공정은 회로기판을 한 장씩 눌러 붙이는 방식이라 장길이·대면적 FPCB 제조에 한계가 있었다. 새 공정은 연속 생산 환경에서 접착 메커니즘을 공정 변수 중심으로 해석하고, 장거리·대면적 회로기판 패키징에 적합한 설계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연속 패키징 기술은 전기자동차용 유연 센싱 케이블 제조에 우선 적용될 수 있다. 무거운 와이어 하네스 대신 가볍고 긴 유연 케이블을 활용해 차량 무게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가능해진다. 연구진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확장현실(XR) 기기 등 대면적 전자소자 패키징 공정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이렉트 라미네이션 공정을 통해 제작된 장길이 대면적 유연회로기판(FPCB) 시제품
연구팀은 공정 조건에 따른 접착 소재의 ‘충진 거동’을 데이터로 정리한 점도 강조했다. 접착 소재 특성을 공정 변수 기준으로 체계화해, 공정 데이터가 축적되면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와 공정 최적화 기술로 연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한준세 선임연구원은 “장길이 FPCB를 연속 공정으로 패키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전자소자 분야에 적용하고, 공정 모니터링·비파괴 검사 기술을 연계해 지능형·자율형 공정 기술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정 조건에 따른 접착 소재의 충진 특성 변화 분석
연속 패키징 기술에 대해서는 국내 특허 출원·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관련 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Supplementary Cover 논문으로 게재됐으며, 논문 제목은 ‘Scalable Roll-to-Roll Approach for Encapsulating Long-Length Flexible Printed Circuit Boards’다.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계장비산업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사업, 한국기계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