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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새 다한 낡은 항만이 문화·산업·주거 복합단지로 탈바꿈

규제개선 통해 사양산업 끌어 올리고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쓰임새 다한 낡은 항만이 문화·산업·주거 복합단지로 탈바꿈 - 산업종합저널 동향

도시 고유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전 세계에서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통상환경 변화로 위기를 맞았으나, 지역혁신에 성공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KOTRA가 독일과 일본 지역혁신 성공사례 9개를 분석해 벤치마킹 모델로 제시한 내용을 보면, 일본의 경우 규제를 과감하게 풀었더니 시골 마을이 인기 관광지로 거듭났다.

#. 규제개선
일본 효고현 야부시(市)는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인구의 40%에 달했다. 농업에 의존하던 전형적인 시골 마을은 새로운 산업이 절실히 필요했다.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을 고택 숙박시설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하지만 24시간 프런트를 설치해 숙박시설을 운영해야 한다는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야부시 정부는 특정 지역의 규제를 완화해주는 국가전략특구에 지원했고 2014년 3월 지자체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국가전략특구는 특정 지역·분야를 지정해 규제를 집중 완화하면서 해당지역 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본은 10개 국가전략특구를 운영 중이다. 야부시에 특례가 적용되면서 고택을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숙박자 수는 2015년 764명에서 2018년 3천443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 사양산업 파고 넘어 '성장' 주도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市)는 4대 가방 생산지로 전통과 역사가 깊다. 하지만 대형 가방브랜드가 생산 거점을 중국·동남아로 이전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출하액이 1991년 277.7억 엔에서 2000년에는 100억 엔으로 급감했다.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던 효고현 가방공업조합은 일본 정부의 ‘재팬 브랜드 육성 지원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예산을 지원받아 2006년에 지역 공동브랜드로 ‘도요오카 가방’을 서둘러 출시했다.

도요오카시와 상공회의소도 지원에 나섰다. 공동출자를 통해 ‘도요오카 지역형성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이름 뿐이던 가방스트리트의 점포도 정비했다. ‘도요오카 가방’ 전시·판매시설과 함께 상품 개발·디자인 전문 인력양성소인 가방 장인학교까지 설립했다. 외지인 수료자 70% 이상은 취업 후 현지에 정착하면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

도요오카시 가방 봉제공 육성조합은 ‘가방 봉제공 트레이닝 센터’를 열어 숙련공을 지원하고 있다. ‘도요오카 가방’은 2018년 1억 엔 매출을 달성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 폐탄광의 재탄생
방치된 폐탄광에서 독일 최고 전시·문화 공간으로 변화한 케이스도 있다.

유럽 최대 광산업 중심지 독일 루르 지역에 소재한 촐페어아인 탄광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탄광으로 이름을 날렸다. 1960년 이후 석탄·철강 산업은 위기를 맞았고 결국 1986년 탄광이 폐쇄됐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는 방치로 오염된 채 흉물로 전락한 탄광을 안타깝게 여겨 소유주로부터 촐페어아인을 매입한다. 에센시(市) 정부와 주정부 주도로 촐페어아인 재단이 설립됐고 체계적 보존 작업에 돌입했다. 마침내 2001년에는 ‘변환을 통한 보전’ 원칙 하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재단은 유네스코, 건축가, 유적전문가, 자연보호론자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산업유산을 보존하면서도 지역 특성이 반영되도록 8개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참여로 탄광의 갱도 빌딩은 루르 박물관으로, 보일러실은 전세계 디자인의 본거지인 ‘레드 닷 디자인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연평균 방문객이 150만 명을 넘을 만큼 확실한 관광명소이자 이벤트 장소로 자리잡았다.

#. 25년에 걸친 마스터 플랜
무역업과 해운업으로 명성을 떨친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는 수위가 높은 만조 때만 컨테이너선이 드나들 수 있었다. 대형 컨테이너선이 본격화되면서 1990년대부터 쇠락의 길을 걷는다. 함부르크시(市)는 방치된 항구와 창고부지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1997년 ‘하펜시티 프로젝트(Vision Hafencity)’를 발표한다. 문화·산업·주거가 한데 어우러진 복합공간을 만들기 위해 전담기관으로 하펜시티 개발공사도 설립했다.

개발공사는 세계 최고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려 국제 공모전을 실시하고 새로운 도시 청사진을 제시했다. 25년에 달하는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2000년부터 10개 구역에서 각기 특성을 살린 개발이 진행 중이다. 건물의 역사적 원형을 살리며 내부를 개축하는 작업으로 커피·차를 보관하던 창고는 랜드마크인 ‘엘브필하모닉 콘서트홀’로 변했고, 곡물창고는 해양박물관이 됐다. 현재 하펜시티에는 약 750개 기업과 다수 교육기관이 입주하며 1만5천 개 일자리가 생겨났다. 주거 지역으로 인기도 치솟았다.

이와 관련, 손수득 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해외 사례를 분석해보면 지역이 주도권을 갖고 보존·개발의 균형점을 찾아 지역 고유 정체성을 살려나가야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같은 사례가 보다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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