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Industry 4.0)’ 혹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 첨단기술의 융합을 통해,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며 정체한 산업계에 다시 한 번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 받고 있는 주역들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마치 만능 솔루션처럼 여겨지고 있다. 정부 정책부터 미래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기관의 커리큘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은 이제 꼭 들어가야 할 필수 요소다. 제조업 불황도, 3D 직종의 인력 부족 현상도, 생산성 향상도, 실업난도 모두 ‘4차 산업혁명’ 하나면 모두 해결된다는 주의다.
하지만 ‘유비무환’이듯 ‘무비유환’도 마찬가지다. 과연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전자일까 후자일까. 국내 4차 산업혁명 전개 양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본지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고경철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고 교수는 먼저, 인류가 지금껏 겪어 온 세 차례의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했다. 인류사회는 지난 2백여 년 동안 크게 세 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대두되는 18C 기계화 산업혁명(1차), 전기 발명으로 신에너지 시대를 맞이한 20C 전기에너지 혁명(2차), 인터넷 기술과 무선 통신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 낸 1990년대의 지식정보혁명(3차)이다.
우리는 2010년을 전후로 스마트혁명 시대를 맞이했다. 이를 흔히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이다.
1차와 2차 산업혁명은 ‘에너지 혁명’, 3차와 4차 산업혁명은 ‘정보 혁명’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고 교수는 “3차와 4차, 두 산업혁명 간 가장 큰 차이는 ‘정보의 방향성’”이라고 했다.
3차 산업혁명은 인간 중심의 정보 흐름을 보인다. 인터넷 기술 및 기기를 통해 전 세계의 뉴스가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들어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정보의 방향은 뒤바뀐다. 인류의 정보를 기기가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스마트 기기들이 인류의 동선을 수집 및 파악하는 시대다. 웨어러블 기기의 센서는 우리의 신체 정보 및 변화 여부를 인지한다. 인류의 모든 경제 활동에 관한 정보는 이제 마케팅의 기본적인 활용 요소가 됐다. 빅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광고가 노출되고, 선호할법한 콘텐츠를 자동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로써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고 있다. 고 교수는 “산업혁명을 구분하는 잣대는 바로 비약적인 생산성의 증가가 이뤄질 때”라며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갖춘 국가는 ICT 기술과 IoT로 무장한 신인류에 의해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뤄 경제성장을 무서운 속도로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향해 獨·美·日·中 달린다…韓은 어디쯤?
이제 전 세계 산업계는 국가 산업의 흥망을 결정하는 핵심이 4차 산업혁명에 있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주요 선도국은 새로운 산업혁명을 위한 인프라를 적극 구축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단연 독일과 미국이다.
‘인더스트리 4.0’을 외치는 독일은 2011년 말부터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과 노조가 협력해 민관 공동 대응 노력을 펼쳐 나왔다. 뒤이어 2012년, 미국이 ‘첨단제조파트너십 정책’을 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위한 노력에 합류했다. 2015년 일본과 중국도 각각 ‘산업재흥전략’과 ‘중국제조 2025’을 내세워 전 세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혁신적인 노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소 갑갑하다. 고 교수는 “타국 대비,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경제 주체들은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잘 대응하고 있을까에 대해 의문점이 생긴다”라고했다.
제조업 패러다임이 혁신적인 변화를 겪어가는 과정에서 국가와 기업, 각 기관의 노력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미 온 몸으로 체감되는 기술 시대를 맞이한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모두의 협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조 시스템이 확 바뀌는 뉴노멀 시대에 우리 기업들은 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첨단 제조시스템에 적극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그는 “정부 또한 스마트 생태계 조성 및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에 특단적인 정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산업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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