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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편] “인간형 로봇의 꿈, 기술보다 더 느리게 걷는다”

모션캡처 중단·공급망 차질…시제품을 넘지 못한 미래

2021년,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육체노동은 선택이 될 것”이라며 ‘옵티머스(Optimus)’라는 이름의 인간형 로봇을 세상에 소개했다.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처럼 걷고 말하며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진짜 로봇’의 탄생이었다. 그는 이 로봇이 테슬라 차량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옵티머스는 아직 현장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여러 차례 시제품이 공개됐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걷고 있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단순한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닮은 로봇이 현실에 안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획 2편] “인간형 로봇의 꿈, 기술보다 더 느리게 걷는다” - 산업종합저널 로봇
걷는 로봇의 ‘정지 화면’ 캡쳐

테슬라는 2022년 AI 데이에서 옵티머스의 첫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당시 영상에서는 로봇이 물건을 옮기고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는 장면이 등장했지만, 동작 대부분은 정해진 환경 안에서만 가능했다. 이후 2023년 말에는 ‘Gen 2’ 모델을 공개하며, 손가락의 섬세한 조작과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자율 동작 수준은 낮다는 평가다. 인공지능 전문 매체 Interesting Engineering은 “영상에서 로봇이 셔츠를 개거나 걷는 장면은 인상적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자율적으로 이뤄졌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테슬라는 옵티머스의 학습 방식을 모션캡처 기반에서 비전 기반(Vision-based) 학습으로 전환했다. 이는 인체 센서를 입혀 움직임을 학습시키는 기존 방식 대신, 실제 영상 데이터를 입력해 AI가 스스로 움직임을 분석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 방식이 “확장성과 비용 효율에서 더 낫다”고 판단했지만, 인간의 복잡한 맥락까지 학습시키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반복 가능한 꿈 vs 불확실한 현실
테슬라가 제시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용도는 광범위하다. 위험한 작업, 반복적 노동, 단순한 물류 작업까지 모두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실제 산업현장에서 이 로봇이 작동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자사 기가팩토리(Gigafactory) 내부에 일부 투입되어 간단한 이송 작업을 수행 중이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는 실제 외부 현장 적용 사례는 공개된 바 없다. 오히려 The Verge 보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 로보틱스 부문 책임자가 회사를 떠나며 프로젝트 진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외부 요인도 발목을 잡는다.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희토류 자석 수출을 제한하면서 옵티머스의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겼고,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 프로젝트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량 생산을 위한 핵심 부품의 공급 불안이 로봇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획 2편] “인간형 로봇의 꿈, 기술보다 더 느리게 걷는다” - 산업종합저널 로봇

휴머노이드는 정말 필요했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간형 로봇’이라는 형상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일본 도쿄대 출신 로봇공학자 하시모토 가즈오는 “로봇이 사람처럼 생겼다고 해서 사람처럼 유용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고정된 작업을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하는 데 특화되어 있었고, 굳이 인간과 같은 구조를 가질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다르게 본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투자자 행사에서 “옵티머스가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의 8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로봇이 단순한 제품이 아닌, ‘범용적 노동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강조한다.

시제품을 넘지 못한 기계
결국 옵티머스는 아직 ‘개념’에 머물러 있다. 반복 시연과 개선은 계속되지만, 그 속도는 Figure AI의 ‘Figure 03’처럼 현장 적용까지 가닿지는 못했다. Figure AI가 이미 BMW 공장에 자사 로봇을 투입해 실제 조립과 운송 작업을 맡기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테슬라의 로봇은 여전히 연구소 안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 차이는 단지 기술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설계 철학의 차이에 가깝다. Figure AI는 처음부터 로봇과 AI를 일체형으로 개발했지만,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 기술 위에 로봇을 덧붙이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자율성, 감각 통합, 맥락 파악 등에서 후발주자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를 넘어서려 한다. 그러나 로봇은 바퀴가 없다는 점에서 더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의 이 말은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인간형 로봇은 상상보다 느리게 걷고 있다. 그 사이, 사회는 얼마나 준비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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