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의 창궐은 고통을 동반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소상공인도, 자영업자도, 기업도, 코로나19의 공포에 무력하게 무너지거나, 무너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수단을 받아들이고 또는 개척해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의 파급력이 촉매가 돼 변화의 속도는 급물살을 탄 듯 빨라졌다. 더욱 복잡해진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인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고민에 대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로 신·구의 조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가 있다. ‘인턴’(감독 낸시 마이어스, 2015)은 은퇴 그리고 아내와의 사별 후 홀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70세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와 30세 젊은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이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낯설었던 서로가 점차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런 변화 없는 무던한 일상을 보내던 벤은 한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노인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된다. 벤은 과거 열정적으로 일을 하던 때를 떠올리며, 인생의 2막을 열기 위해, 한 번도 다뤄보지 않았던 카메라 앞에 앉아 영상 인터뷰를 제작해 입사에 성공한다.
3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제법 큰 규모의 회사로 성장한 줄스의 회사는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과거 자신이 다녔던 정적이었던 회사와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도, 벤은 반드시 면도를 하고, 항상 정장을 차려입고, 각진 가방을 손에 쥔다.
자신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드러낸 벤의 넥타이와 반듯한 정장은 캐주얼한 복장이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생태 속에서 꽤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디지털 시계들 속 홀로 째깍 소리를 내는 아날로그 시계처럼.
기업에 입사한 후, 벤은 대부분의 신입사원이 겪는 일을 그대로 답습한다. 낯선 인턴의 등장에도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먼저 알려주거나 도와주는 이가 없었지만, 벤은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점차 자신의 경험을 살린 노련한 처세술을 발휘해 젊은 직원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간다.
‘옛날 사람’인 노인과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지 부담스러웠던 CEO 줄스. 그는 의도치 않게 자신의 사적인 부분까지 벤에게 보여주게 되면서 더욱 벤을 불편해하고 경계하게 된다. 그러나 벤이 항상 상사인 자신이 퇴근하기 전까지는 퇴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어느새 벤은 힘든 부분을 감추고 강한 모습만 보여야 했던 CEO 줄스에게 의지를 할 수 있는 어른이자 친구, 동료로 함께 하게 된다.
70세 노인 인턴과 30세 청년 사장의 조합은 낯설다. 그러나 이 낯선 조합도 ‘조화’가 이뤄지면서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그 에너지가 주변으로도 퍼져간다.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것에만 급급하다가는 자신을 놓치고, 주변의 중요한 것들도 놓친다. 흔들리는 주변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고,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변화를 조화시키는 것. 그것이 코로나19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정답에 가까운 방법이지 않을까.
매년 위기 속에 빠져있는 산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계가 쌓아온 과거의 경험과 역사를 바탕으로,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벤이 스타트업에 입사하고 젊은이들 못지않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변화를 거부하거나 어색해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디스크 세대여서 USB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벤은 영상 인터뷰를 찍기 위해서 손자에게 새로운 저장장치인 USB를 물어보며 새로운 일상의 시작에 도전했다. 줄스는 과거의 세대는 변화를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지레짐작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를 뛰어 넘어 조화를 이뤄낸 두 사람처럼, 산업계의 풍토 또한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가지는 각각의 장점을 알아보고, 서로를 신뢰하며 '조화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sjshi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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