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세륨-망간 산화물 나노입자 방사선보호제 개발
첨단산업은 물론, 군사, 의료 분야 등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방사선은 전 세계 사망률 1위인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일반인에게 허용된 연간 방사선량 한도는 1mSv(밀리시버트). 평소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CT를 촬영하거나 공항의 보안검색대를 지나는 정도로는 피폭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상하기 싫지만 방사선을 다루는 산업·의료현장에서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 최악의 원전사고를 그린 영화 '판도라' 속 같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리는 피폭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살고 있다.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을 쬐면 세포 내 물 분자가 분해되며 과량의 활성산소를 생성한다. 활성산소는 세포 내 소기관들을 산화시켜 기능을 상실케 하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성과를 내고 있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박경표 교수(이미지 속 얼굴 사진)가 방사선 보호와 관련한 메카니즘을 풀어냈다.
전신에 사용 가능한 방사선 보호제 개발을 위해 활성산소 제거 효과가 뛰어난 세륨-망간 산화물에 주목하고, 체내 독성 및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형태의 나노입자를 제작하고, 사람의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장기를 이용한 유전자분석을 통해 세륨-망간 산화물 나노입자의 방사선보호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다.
방사선은 CT촬용, 반도체 검사, 공항 보안검색과 식료품 원료선별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오남용 및 부주의한 사용 시 피폭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의 위험이 상존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항암 치료 및 진단 등 의료분야의 방사선 이용이 증가하면서, 피폭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약제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활성산소를 빠르게 제거해 체내 손상을 줄이는 방사선 보호제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아미포스틴이 유일하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 시 타액선 보호용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독성 등 부작용으로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경표 서울대 교수는 실험용 쥐에 아미포스틴 권장 투약량의 360분의 1에 불과한 극소량의 나노입자를 투약한 결과, 방사선으로 인한 DNA 손상, 세포자살, 스트레스 등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세포 재생 관련 유전자 발현도 증가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2020년 8월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표지논문에 실렸다.
박경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의학 뿐 아니라, 산업, 군사적 분야에서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사선 보호제 개발의 단초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라며 “후속연구를 통해 세륨-망간 산화물 나노입자가 방사선 보호제 외에도, 다양하게 인체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월 수상자로 박 교수를 선정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 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시상이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박경표 교수가 고선량 방사선으로부터 전신을 보호하는 나노입자 보호제를 개발해 국민 건강 증진과 기초의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산업종합저널.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