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상품권이 핸드폰 메시지로 와서 당황스러웠는데, 이걸 쓰려면 기계에 가서 종이 상품권으로 바꿔야 한대요. 산 넘어 산이에요”
이인자(65) 씨는 그동안 주변 또래 중에서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편에 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빠르게 디지털화(化)하는 세상을 따라가기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하면 겁부터 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일상이 확산하면서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일상 속으로 깊게 스며들었다.
키오스크로 직원 없이 음식을 주문하고, 휴대폰 앱을 통해 기차표를 예약해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QR코드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인증해야 다중이용시설에 출입할 수 있어서 디지털 기기는 생활 속 필수 요소가 됐다.
이러한 신기술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시공간적 제약을 허물며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혁신’인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세상이 많이 편해졌다고 하는데, 나이 든 사람들은 오히려 더 불편해지는 것 같다”고 말한 이 씨처럼,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는 한국 사회의 이면에는 점점 벌어지는 디지털 격차 속에 일상 속 소외받는 노인층이 존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0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민의 디지털정보화 평균을 100%로 지정할 때, 디지털 소외계층의 수준은 장애인 81.3%, 저소득층 95.1%, 농어민 77.3%, 고령층 68.6%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의 컴퓨터·모바일 기기 보유 및 접속 가능 여부를 나타낸 ‘접근’ 지표는 일반 국민 대비 92.8% 수준으로 다소 높았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역량’ 지표는 53.7% 수준에 불과했다.
빠른 고령화 속도…디지털 소외 계층 포용하는 사회 조성해야
한국은 빠른 고령화 추이를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주요국 고령화 실태 및 연금제도 비교’ 자료를 통해, 3년 후에는 한국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204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37%에 이르러 고령화 세계 1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모든 연령대의 일상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점차 긴밀한 연관을 맺어가는 만큼, 디지털 활용 능력이 부족한 노인의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과 노인①] 빨라지는 디지털 전환…노인은 ‘쩔쩔’ - 산업종합저널 동향](http://pimg.daara.co.kr/kidd/photo/2022/01/14/thumbs/thumb_520390_1642155596_38.jpg)
13일 디지털포용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출처=네이버 TV 생중계 화면 캡쳐)
디지털 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법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국회와 시민단체 등의 노력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월 제정안이 발의된 ‘디지털포용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든 국민이 디지털 사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이 법안은 디지털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는 국가의 책무를 지정한다.
13일 열린 디지털포용법 제정 공청회에 참가한 대한노인회 우보환 본부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행정, 복지, 금융 제반의 생활영역에서 고령층이 구조적으로 배제될 가능성 커진다”며, “노인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디지털 포용법이 구체화하길 기대한다”고 법안을 환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경식 차관도 “선진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데 디지털 뉴딜이 필수 조건이라면, 그 성과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의된 제정안에 대해 과기정통부도 의견을 수렴하고 하위법령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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