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단지는 국내 제조업 중심지이자 한국의 수출 첨병으로서 국가 경제 성장을 주도해왔다. 1960년대 초 울산공업지구와 한국수출산업단지(구로공단)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47개 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1백만 개 일자리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이슈,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인해 산업 환경을 둘러싼 변수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수도권 국가산업단지 현장을 찾아가 관련 동향을 살펴봤다.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이하 주안산단)는 1974년 서구 가좌동 일대에 조성돼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이바지해왔다. 주업종에 기계 및 전기·전자, 석유·화학 제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데 특히 전기·전자 업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반도체 대란과 더불어 공급망 위기 등 글로벌 이슈 여파가 국내 제조 산업에 위기를 가져온 가운데 주안산단에서도 관련 여파의 조짐이 감지됐다.
심상치 않은 주안산단 가동률 하락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발표한 ‘2021년 12월 주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 통계표’에 따르면 국가산업단지의 평균 가동률은 85.4%인데 반해 주안산업단지의 가동률은 72.3%를 기록하며 다른 산업단지와 비교해 13%p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이는 집계된 수도권 국가산단 가운데 가동률이 가장 낮았으며 32곳 산단 중에서도 28번째에 위치해 낮은 편에 속했다. 2020년도 같은 달 가동률 80.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격차가 유의미하게 차이가 났다.
가동률이 70%대로 주저앉은 시기는 2021년 11월부터로 이 시기 집계된 가동률을 보면 70.1%를 기록해 지난해 10월 대비 15%p가량 하락한 수치를 나타냈다.
업종별 세부 가동률을 보면 철강·기계·운송장비 등은 소폭 증가한 반면 음식료와 전기전자 부문에서 가동률이 감소했는데, 특히나 전기전자 업종에서 가동률이 60%대로 내려앉으며 지난 10월 대비 30%p 가까이 떨어진 것이 확인됐다.
전기전자 생산실적에서도 2천억원이던 10월과 달리 11월부터 1천600억원 내외로 400억원가량 하락해 12월까지 지속했다.
현지 소상공인들은 울상, 기업들은 이상 無?
주안산단 내 공장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 이후로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A씨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빈 가게에는 임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지만 오랫동안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주안산단역 근처에서 4년 넘게 편의점을 운영했다는 B씨도 “2월까지 가게 수익이 좋지 않았다”며 “매출이 20-30%까지 떨어졌다. 공단에 일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요즘은 담배조차 많이 팔리지 않는 걸 보면 다른 제품들은 말할 것도 없다”며 매장 운영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산단 내 위치한 중소규모의 전자부품 제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 이슈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원자재 공급과 관련해 리드타임이 길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생산 라인이 정지되는 정도의 이슈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 반도체 제조업체는 주안공단 내 생산라인 가동률에 문제가 없는지 묻는 본지의 전화취재에 “없다”는 답변으로 일축했다.
‘주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 통계표’에서 가동률 세부 내역을 보면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서 2021년 11월 78%를 기록하며 지난 10월 수준 대비 7%가량 하락했다.
특히 300인 이상 기업은 가동률이 반 토막이 났다. 10월 98%였던 가동률이 11월과 12월 모두 50% 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한국산업단지공단 주안·부평지사 조승택 대리는 “주안산단 공장 가동률 저하나 세부 업종별 내역에서 전기·전자 부문 가동률 저하에 대해 종합적으로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가동률 하락이 생산량 감소에 따른 것인지 생산력(시설) 증대에 따른 단순 퍼센트 착시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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