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큰 화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지난 8월 미국은 자국 내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활성화를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발효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등 전기차 주요 부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약 40% 감축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연구원(KIET)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국내 산업 영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주요 내용은 청정 전력 부문 세액공제, 친환경 제조업, 차량, 연료 관련 세액공제, 개인 대상 청정에너지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IRA법안 국내 자동차 업계 위기?
IRA 법안 발효 이후, 국내 자동차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자동차 수출 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만 했다. 미국이 이번 법안을 통해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국산 전기차 대부분은 국내에서 생산 후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가격 경쟁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 설립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포드 모터 컴퍼니(Ford Motor Company)의 올해 1~11월 기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7.8%를 기록해 현대 자동차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미 조지아주에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완공을 목표로 지난 10월 기공식을 가졌다. 하지만 완공 시기까지 3년 동안은 세액공제 혜택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 정부에 IRA 시행 규정 3년 유예를 요청한 바 있다. 미 정부는 이번 달 말 발표 예정이던 IRA의 핵심광물 및 배터리 부품 조건에 대한 세부지침 공지를 3개월 미뤘다.
일각에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KIAT(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지난 10월 본지와의 통화에서 “IRA는 미국시장에 진출한 모든 해외 기업과 동일한 제약 조건을 가졌다”면서 “지난 일본 화이트리스트 수출 규제와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이 다른 국가에서 원자재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원료 부분만 해결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 태양광 산업···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
미국과 중국의 태양광 산업 분쟁은 지난 2012년 12월 미 상무부가 중국산 태양광 셀 및 모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를 토대로 중국산 수입 비중은 낮아졌지만, 태양광 생산 기초 단계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생산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한국무역협회(KITA)의 ‘미중 태양광 통상분쟁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에 따르면, 제정된 IRA 법안은 중국의 수입 의존도를 타개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이 법안에서 다루는 태양광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는 설비 설치를 위한 공제와 자국 내 제조를 촉진하기 위한 공제로 나뉜다.
이 중에서 제조 관련 세액공제는 모든 태양광 생산 단계별로 단위 생산 당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즉, 인플레 감축법 시행으로 미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미국 내 높은 인건비, 전기료 등 비용을 고려해 생산설비 증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보고서는 ‘미국 자국 내 제조 인센티브 정책에 발 맞춰, 한국도 태양광 제조와 관련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향후 급격히 성장할 세계 태양광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RA 초기 대응 두고 여·야 설전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IRA 초기 대응과 관련해 산업부 이창양 장관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당시 민주당 이장섭 의원은 IRA 법안이 통과하는 약 열흘 동안 산업부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지적했다. 즉 IRA 초안 공개 시점부터 산업부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장관은 내년 배터리 부품 및 광물 등의 가격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 상황에 따라,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액 계산은 쉽지 않다고 일축했다.
여당 국민의힘도 이 장관의 말에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측 의원들은 이 법안이 미국 측에서도 갑작스럽게 추진한 것으로, 초기 대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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