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특정업종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을 역대 최대 규모로 불러들일 계획이다.
10년 장기체류를 비롯해 상·하차 직종의 고용을 허용하는 등 기존의 고용허가제도도 대폭 손질하면서, 생산 대체 인력으로 외국인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 상당수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직종, 영세 규모 업체에 종사한다. 문제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환경에 내몰리면서 발생한다.
3년간 산재신청 사망자 300명 이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1월 ~ 2022년 8월 연도별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 산재 신청 및 승인 현황’ 자료를 보면, 이 기간 동안 외국인 근로자 산재 신청 건수는 총 2만2천361건으로 집계됐다.
산재는 주로 소규모 업체에서 발생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6천200건, 5∼29인 사업장에서 8천191건이었다. 전체 산재의 67%(1만4391건)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는 363명에 달했다. 사망 사고도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집중됐다. 산재로 인정받은 사망 사고(300) 가운데 32.7%(98건)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고, 5~30인 미만 사업장은 31%(93건)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6명(63.7%)이 30인 미만 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8천484건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 7천950건, 기타 사업 4천291건, 농업 338건, 운수·창고·통신업 275건, 임업 64건이 뒤를 이었다.
우원식 의원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늘어난 외국인 인력 상당수가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제조·건설업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의 '외주화'에서 위험의 '이주화'로
‘이주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인 까닭에,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위험의 이주화로 연결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보건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보다 업무상 사고나 사망의 발생률이 높다는 점을 밝히면서, 산업 현장의 위험을 외국인 근로자가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사고 재해자 수의 비율을 뜻하는 ‘사고 재해율’의 경우 이주노동자는 0.87%, 내외국인 전체 노동자(산재보험 가입자 기준)는 0.49%로, 이주노동자의 사고 재해율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 재해율의 경우 반대로, 외국인 근로자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보험 적용 과정에서의 불합리함이나 배제로 인해 나타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고서 추측이다.
질병의 경우 업무상 관련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고, 고용주 협조가 낮은 상황에서 명확한 사고가 아닌 이상 참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질병 재해자 수의 비율인 ‘업무상 질병만인율’은 이주노동자의 경우 2.59퍼밀리아드(‱), 내외국인 전체 노동자(산재보험 가입자 기준)의 경우 8.43‱로 훨씬 높게 집계됐다.
사망률도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를 앞질렀다. 인구 1만 명당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사망만인율’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는 1.39‱로 1.09‱인 내외국인 전체 노동자(산재보험 가입자 기준)보다 높았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내외국인 격차가 가장 컸다. 건설업에 종사한 외국인 근로자 사망만인율(5.97)은 전체 근로자 사망만인율(2.48‱)과 견줘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와 견줬을 때, 이주노동자의 높은 산재 발생률은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위험하고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 측면에서의 제도적 장치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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