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기하고 생소하던 '로봇'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공존하고 있다. 산업형 로봇이 전투용·의료용 등으로 확대되고, 지능형·감정형 로봇이 사람들의 일터와 가정 속으로 들어왔다. 심지어 발전을 거듭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져 사람들에게 '상호작용 한다'는 감각까지 심어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기술 융합'으로 다양한 기술들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시대를 살며, 우리는 매일같이 놀라운 발전을 목도한다. 그러나 인간은 미지의 것에 대한 경외와 호기심 이면에 공포와 두려움을 함께 느끼곤 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내 직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내 일을 로봇에 대체당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농담처럼, 혹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마주하게 될 상황을 10개의 질문으로 구성했다. 무인자동차, 자동 번역 시대, 미래의 학습과 직업, 로봇과의 연애,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인간의 경쟁력, 로봇의 언어 등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고백했듯 이 10가지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릴 순 없다. 초판이 발행된 2015년부터 지금까지도 규제와 논의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직업적 생존과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기능을 찾아내는 것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숙제로 남아있다.
책에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그리고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제시된 조사 내용이 소개됐다. 2014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2025년경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얼마나 빼앗을지를 과학자, 기업인, 언론인 등 각계 전문가 189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내용이다.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의견이 48%,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52%였다.
당시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언론 등이 로봇에 의한 일자리 위협을 반영해 미래 직업의 지형도를 내놓곤 했다. 하지만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라고 하는 저자의 말처럼, 2010년대 중후반의 예상과도 다른, 혹은 더 고도화된 미래를 우리는 살고 있다. 2019년 발발한 코로나19, 불과 지난해까지 이어진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 사이 단절을 가속화한 기술의 발전이 매꿨다.
주로 제조업 분야 일자리를 대체하던 로봇 자동화는 고객응대, 지식산업, 전문직 등 서비스 분야를 대체하고 있다. '안전한 직업'에 속하던 의사, 예술가도 바이오 로보틱스, 그림과 글까지 써내기 시작한 생성형 인공지능 등의 화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라질 직업은 분명하지만 미래의 유망 직종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의 전망치도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디지털화와 자동화가 만물에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그 영향이 닿지 않는 분야를 찾으려는 것 또한 위험한 방법일 수 있다.
저자 구본권은 ‘이제 직업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 어떤 직업이 미래에도 안정성이 높고 유망할까가 아니다.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닌 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직업과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래 사회를 지배하는 기술의 속성과 그 변화 추이에 대한 학습과 관심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기술철학자 랭던 위너의 말처럼 세계지도에 테크노폴리스라는 국가가 나오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 국가의 시민이고, 좋든 싫든 우리 자신이 인간 역사의 새로운 질서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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