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식량난과 탄소 배출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식량난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세계적으로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식량이 갈수록 부족할 전망이고, 탄소 배출로 인한 이상 기후는 식량난을 부추긴다.
식량난과 탄소 배출이 상충되는 점이 문제다. 농업은 식량을 공급하지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식량난을 해결하자고 농지를 무작정 확보할 수 없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 농사를 멈출 수도 없다.
이를 해결할 기술이 애그리텍(Agritech)이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해 미래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BIOPLUS-INTERPHEX KOREA 2023, 이하 BIX 2023)’의 부대행사로 ‘미래인류를 살리는 바이오 기술, 애그리텍’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이정은 그린진 대표,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 이희재 씨위드 최고기술책임자(이하 CTO) 등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연구 현황과 전망을 전했다.
유전자 가위로 광합성 효율 개선…탄소 중립 기여
“식량난과 탄소 배출,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은 인류가 존재하기도 전부터 나와 있었죠. 바로 광합성입니다”
이은진 그린진 대표의 말이다. 이산화탄소, 물, 빛으로 유기물을 만드는 광합성은 식물세포 내의 엽록체에서 일어난다. 그린진은 엽록체 유전자를 교정해 농작물의 광합성 효율을 개선하고자 한다.
광합성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농작물의 수확량이 늘 뿐 아니라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한다. 식량난과 탄소 배출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이은진 대표는 “유전자 교정은 GMO(유전자 변형 농수산물)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식물 자체의 DNA가 아니라 엽록체의 DNA만 교정하고, 외부 유전자를 삽입하지도 않아 기존의 육종보다 DNA를 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엽록체는 자체적인 DNA를 가지고 있어 식물세포의 DNA와 무관하다.
그는 “미국, 일본은 외부 유전자를 들이거나 내부 유전자를 잘라 없애지 않았다는 것만 증명하면 논GMO 인증을 받을 수 있고, 유럽도 변화하는 추세”라면서, “한국만 유전자 에디팅을 GMO로 규제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세포로 제조하던 백신…식물세포로 생산
바이오앱은 식물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그간 백신 제조에 필요한 단백질은 주로 박테리아, 곤충, 포유동물 등 동물의 세포에서 추출했다. 식물 기반 백신은 식물에서 단백질을 배양해 추출한다.
식물을 키우는 것이 동물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는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의 백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식물세포의 단백질 이동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바이오앱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물질로 돼지열병 백신과 진단키트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는 동물백신을 넘어 코로나 19, 지카바이러스 등 인체용 백신까지 연구 중이다.
손은주 대표는 “환경과 동물, 인간의 건강을 하나로 묶는 ‘원헬스’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질병이 인간에게, 인간 질병이 동물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동물과 인간의 질병을 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밀집사육으로 동물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동물 건강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 인류도 위험해지는 만큼,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으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배양육, 기존 고기와 경쟁 아냐…새로운 단백질 공급 경로 개척하는 것”
씨위드는 해조류를 이용해 배양육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이희재 씨위드 대표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인류가 섭취할 육류는 한계점에 이를 것”이라면서, “배양육 등 대체단백질 영역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배양‧증식해 만든다. 맛은 실제 고기와 차이가 없지만, 만들기 어려운 점이 문제다. 세포가 자라는 곳과 형태를 고정할 방법, 영양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배양액이 모두 필요하다.
씨위드는 세포가 자리 잡을 틀과 배양액 모두 해조류로 만든다. 이희재 대표는 “세포를 고정하기 어려워 다짐육 형태로 만들던 기존 배양육과 달리, 세포를 근육조직으로 분화시키는 ‘3차원 배양 기술’로 실제 고기 형태를 재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해조류 배양액은 생산 단가를 낮춘다. 이 대표는 “쉽게 자라는 해조류로 배양육 대량 생산 체계를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존 고기와 경쟁하자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을 공급하는 새로운 음식 장르를 만들어 시장을 넓히려 한다"라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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