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인해 모든 콘크리트가 무너지고 하루침에 폐허가 된 도시를 무대로 활용한다.
서울에 건축된 신축 아파트를 비롯한 모든 건물들은 지진으로 무너지고,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외부 생존자들이 모여들면서 인물들의 생존기를 담은 본격 스토리가 시작된다.
이 영화 속 배경을 살펴보면, 독특한 점이 있다. 대재앙 속 무너지지 않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물이 신축이 아닌 구축 아파트라는 설정이다. 이는 지진 발생 시, 오래된 건물이 보다 먼저 붕괴될 것이라는 것은 보편적 생각과 대비된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발생된 건물 붕괴사고를 살펴보면, 이 같은 설정은 더 이상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삼풍백화점의 악몽, ‘철근 누락’으로 재현되나
지난 4월 무량판 구조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붕괴 주요 원인은 기둥 철근의 누락이었다.
사고 이후, 정부는 전국 무량판 구조(flat slab construction)가 적용된 LH 아파트 단지를 조사했고, 91개 단지 중, 15개의 단지에서 지하주차장 기둥에 보강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적발됐다.
철근은 건축물 구축을 위한 기본 자재이자 주요 자재로 자리한다. 보통 콘크리트를 보강하기 위해 사용되며, 콘크리트가 하중으로 터져나가는 것을 방지해 주는 뼈대 역할을 하는데, 부실 공사 등으로 인해 철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그리고 이 사고는 과거 ‘삼풍백화점’의 악몽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기본적으로 건축 공사 시, 바닥끝 쪽 철근은 ‘ㄴ’ 자로 꺾인 형태로 시공해 철근의 끝부분이 갈고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연쇄 붕괴 사고로부터 제동을 걸어준다. 하지만, 삼풍백화점은 갈고리 없이 철근 끝부분을 조금 연장하는 방식으로 시공됐는데 이는 백화점 붕괴 당시, 아무런 제동도 없이 순식간에 무너졌던 주요 원인으로 작용됐다.
또한, 삼풍백화점은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는데, 이는 하중을 지탱하는 보가 없이 바닥이 기둥에 직접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내력벽이 불필요해 벽 사이의 공간 확보에 용이하지만, 보를 생략한 구조로 인해 수평하중에 취약하기 때문에, 연결부를 제대로 보강하지 않으면 연쇄 붕괴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풍백화점 사고와 최근에 발생한 검단신도시 사고는 이러한 부실시공으로 인해 펀칭전단 현상이 생겨 일어난 대표적 사례다.
갈수록 심해지는 재난재해, 한국 업계 긴장감 필요
지난 2월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도시가 초토화됐고 아프가니스탄도 20년 만에 강진이 발생하면서 2천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재난재해가 빈번해지고, 그에 따라 튼튼한 건축 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점에 한국 건설 업계는 철근 없는 ‘순살아파트’라는 수치스러운 별명이 붙여진 현실에 직면해있다.
현재 계속해서 등장하는 순살아파트에 건설업계는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한국 건설 업계들은 현 사태에 긴장감을 갖고 제2의 삼풍백화점이 재현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건설 산업 구축을 추진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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