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중 갈등, 러우 전쟁,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수출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국내 수출 제조업 44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66%의 기업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 리스크로 인한 피해… 환율 변동·결제 지연 최다
조사 결과, 기업들이 겪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피해 유형 중 ‘환율 변동 및 결제 지연 등 금융 리스크’가 4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37.3%), ‘해외시장 접근 제한 및 매출 감소’(32.9%)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외화 송금 중단 등 금융 제재가 많은 기업에 피해를 주었으며,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對중국 수출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이 외에도 중동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홍해 운항 중단에 따라 남아프리카로 우회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는 등 물류비 증가 문제를 겪고 있다.

수출기업, 긴축경영·대체시장 개척 등 대응책 강구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대비해 수출기업들은 긴축경영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응 전략으로 ‘비용 절감 및 운영 효율성 강화’(57.8%)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어 ‘대체시장 개척 및 사업 다각화’(52.1%), ‘공급망 다변화 및 현지 조달 강화’(37.3%)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장기화된 불확실성 속에서 기존 해외 시장과 사업 구조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의, 기업 규제 신중·핵심 원부자재 공급망 안정화 필요 강조
대한상의는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 부담을 늘리는 규제 정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출 증가세가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또한 장기적으로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정부가 자원 개발과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 미래 리스크 대비해 수출기업에 경고 시스템 필요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식별해 기업들에게 적시에 경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급망 훼손이 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체 조달시장 확보와 원부자재 국산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도 “대만 해협 갈등, 북한 핵 위협 등 우리 기업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출 바우처 등 지원책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민관 협력을 통한 자원 개발과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수출기업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과 대응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