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바퀴가 달리고 엔진이 달린 이동수단이 아니라, 운영체제(OS)가 심장인 컴퓨터, 즉 “차 안의 컴퓨터”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기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가치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전환이다. SDV(Software‑Defined Vehicle)의 개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SDV는 차량의 많은 기능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주행 보조 기능부터 안전, 인포테인먼트, 연결성까지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며, OTA(Over‑the‑Air) 업데이트로 지속적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진다.
이 트렌드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변화를 촉발한다. 전통적으로 자동차는 수많은 전자제어장치(ECU)가 분산돼 있었지만, SDV 구조에서는 중앙 집중형 컴퓨팅 플랫폼을 통해 대부분의 기능을 통합 관리한다. 이는 차량의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단순화하면서도,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능 확장과 사용자 경험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경쟁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운영체제(OS)를 누가 장악하느냐이다. 스마트폰이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OS 경쟁을 통해 생태계를 형성했던 것처럼, 자동차에서도 운영체제가 플랫폼 전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구글의 Android Automotive OS는 이미 여러 완성차에 채택돼 인포테인먼트와 연결 기능의 표준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애플은 CarPlay와 더 깊이 차량 기능을 연동하려는 OS 전략을 펼치며 대규모 생태계를 공략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OS 생태계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의 GM은 2025년 10월 발표를 통해 2028년까지 전 차종에서 Apple CarPlay와 Android Auto를 제거하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 자체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구글 제미니 AI 어시스턴트를 탑재해 기능을 대체하며, 데이터 소유권과 구독 수익 확보가 목적이다. 소비자 89%가 스마트폰 연동을 중요 기능으로 평가하는 만큼, 시장 반응은 불확실하다. 이는 차량을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Unlock the Software Age’ 포럼에서 2025년까지 글로벌 판매 전 차종에 OTA 업데이트 기능을 갖춘 SDV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만 ICE 차량을 포함한 기존 차종까지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일괄 적용될지는 차종·지역별로 속도 차가 존재하며, 일부 모델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식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실제로 포티투닷(42dot)은 HD 맵 없이 8대 카메라만으로 주행하는 엔드투엔드 자율주행 모델 ‘Atria AI’를 개발 중이다. 400 TOPS급 AI 칩 기반의 맵리스 기술로, 현대차그룹은 향후 양산 차량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쟁은 단지 기술의 싸움이 아니다.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경쟁이다. 스마트폰처럼 앱 생태계, 사용자 데이터, 서비스 업데이트, 커넥티비티 인프라 등이 모두 OS를 중심으로 결합된다. 자동차가 SDV로 진화할수록 운영체제에 대한 권한과 제어권은 제조사 및 플랫폼 제공자의 전략 자산이 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소비자 경험에도 영향을 준다. 예컨대 Android Automotive OS는 차량 제조사가 개별 기능과 구독 서비스를 통합할 수 있는 표준 플랫폼을 제공하며, OTA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한다. 반대로 차량 제조사가 자체 OS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특정 서비스나 기능에 대한 독점적 제어권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히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여지를 준다.
결국 오늘의 자율주행 시대에서 진짜 전장은 OS다. 누가 차량의 ‘두뇌’를 장악하느냐가 곧 도로 위 생태계의 주도권을 결정한다. 하드웨어는 표준화될 수 있지만, 운영체제와 서비스 플랫폼은 그 위에 쌓이는 경쟁력이다. CODA 아키텍처는 현대차가 이 거대한 플랫폼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인프라다. 하드웨어 설계의 완성도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생태계를 통합해 시장을 재편하느냐가 이 전쟁의 승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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