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한 영화 ‘엘리시움(Elysium)’은 미래 기술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첨단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기술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지 않을 때 어떤 사회적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은 22세기 중반. 지구는 환경 파괴와 빈곤으로 황폐해지고, 극소수의 부유층은 우주에 건설된 정거장 ‘엘리시움’에서 쾌적한 환경과 최첨단 의료 혜택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곳에서는 암이나 골절 같은 질병도 순식간에 치료할 수 있는 ‘메디컬 포드’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지구에 남은 대다수 사람들은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고된 노동과 빈곤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엘리시움에 등장하는 기술들이 오늘날 현실에서도 하나둘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분야 – ‘상상 속 기술’이 현실로
영화의 핵심 장치인 ‘메디컬 포드’는 병의 유무를 스캔하고 즉시 치료까지 해주는 의료기기다. 아직 완전히 현실화된 기술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시도는 이미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3D 바이오프린팅이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사람의 피부나 혈관, 연골 같은 인체 조직을 3D 프린터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의료용 조직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은 실제로 간, 심장 조직의 프린팅 기술을 실험하고 있으며, 일부는 약물 테스트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 시스템과 원격 의료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람이 직접 병원을 찾지 않아도 AI 기반의 원격 시스템이 진단을 내리고, 필요한 처방을 제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 자동화 – 로봇과 AI가 바꾼 현장
‘엘리시움’의 또 다른 상징은 산업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해 일하는 로봇들이다. 이 역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는 협동로봇(Cobot)과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 이미 보편화됐다. 사람과 나란히 일하며 제품을 조립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기는 로봇이 산업 현장의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팩토리는 공정의 효율을 높이고, 사람의 노동 강도를 줄이며, 사고 위험도 낮추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도입한 자동화 물류 로봇은 과거 인력이 해야 했던 반복 작업을 대신 수행하며, 작업자의 피로도와 사고 위험을 줄였다.
보안과 생체 인식 – 영화적 상상이 일상으로
‘엘리시움’에서는 신분 확인과 보안 검문에 생체 인식이 사용된다. 이 기술도 이미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문 인식, 얼굴 인식, 홍채 인식은 스마트폰 잠금 해제, 금융 서비스 로그인, 공공보안 시스템에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스마트 시티에서는 IoT와 연계한 보안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으며, 생체 정보를 활용한 출입 통제와 도시 안전 관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기술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
영화 ‘엘리시움’은 기술 발전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적 격차와 윤리적 문제를 함께 조명한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질문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의료·교육·복지 분야에서는 기술 접근성의 차이가 계층 간 격차를 키우는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원격 의료 서비스나 AI 진단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새로운 ‘디지털 격차’가 생길 수 있다.
또한,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직업과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의 공정한 사용, 인간 존엄성과 관련된 윤리적 논의는 기술 발전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과 사회의 균형을 위한 아이디어
이런 맥락에서, 기술이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나 이익 창출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를 돕고 공동체의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AI와 로봇을 활용한 재난 구조 활동, 고령자를 위한 돌봄 서비스, 디지털 복지 인프라 구축 등이 그 예다.
또한, 기술과 윤리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토론할 수 있는 체험형 기술 윤리관이나 미래 산업 체험관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기술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엘리시움’은 기술이 단순히 발전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첨단 기술은 인류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와 윤리적 고민이 뒷받침돼야 한다.
산업+Culture는 기술과 인간, 산업과 사회의 접점에서 앞으로도 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함께 찾아가는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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