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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외전시회의 실증적 성과와 정책적 함의

87.3%가 말한 체감 효과, 이제는 실행의 문제다

[기자수첩] 해외전시회의 실증적 성과와 정책적 함의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
KOTRA가 4일 발표한 수치(중소기업 10곳 중 9곳이 해외전시회를 통해 신규 바이어를 발굴했다는 조사 결과)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소외된 중소·중견기업들이 어떤 수단을 통해 실질적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87.3%라는 수치는 흔히 간과되는 ‘정책 체감도’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해외전시회는 중소기업에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 진입의 관문이자, 경영 활로를 결정짓는 전략적 기회다. 국내 시장의 협소함과 대기업의 유통 지배력이라는 이중 제약 속에서, 이들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무대는 결국 해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이어가 먼저 접촉해오는 경우는 드물다.

해외전시회는 수출의 시작점이 아니라, 시장 진입을 가능케 하는 촉매제다. 응답 기업의 절반이 “현장 상담을 통한 직접 거래”를 주요 성과로 꼽은 점은, 대면 접촉이 없었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기회들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고립된 채 대기만 해서는 기회조차 생성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증적 효과는 정부 수출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묻는다. 수출상담회나 지사화사업 등 다른 지원사업을 크게 앞지른 해외전시회 참가지원은,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실효성 있는 영역에 자원 집중을 회피해온 기존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다.
[기자수첩] 해외전시회의 실증적 성과와 정책적 함의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

정부가 내세우는 균형적 지원은, 정작 누구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공허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 입증된 실효성은 추상적 형평성보다 앞서야 한다. ‘직접 거래 성사’를 경험한 49.8%의 기업 응답은 만족도를 넘어 정책 설계의 핵심 근거로 작용해야 한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들의 자발적 의지다. 정부는 물리적 참여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안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며 경쟁하는 일은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점을 제공한다. 전시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국가가 기업에게 내미는 기회의 손길이다. 그 손길을 더 많은 기업이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수출 정책의 본질이다.

효과는 이미 수치로 입증됐다. 이제 남은 것은 판단이 아닌 실행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기업에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가장 많은 기업이 가장 높은 성과를 얻는 방식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소기업 수출 진흥을 논하면서 더 이상 ‘지원 방향’이라는 모호한 수사로 핵심을 비껴가서는 안 된다. 해답은 이미 제시돼 있다. 필요한 것은 이제 그 해답을 현실화할 정책적 결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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