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발전’ 기술의 산업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을 중심으로 국내 출연(연)과 기업이 연합해 열전 성능 평가의 기준 체계와 실증 인프라를 갖춘 것이다. 이는 열전 기술의 산업 도입 장벽을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박수동 박사팀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아래 열전발전 기술의 기준 소자 개발, 엔지니어링 데이터 확보,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등 전 주기 체계를 갖췄다. 연구에는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서울대학교, 정관, 에코피아 등이 공동 참여했다.

AI가 뽑은 ‘기준 소자’, 성능 비교의 척도 제공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산업계에서 성능 비교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열전반도체 소자 3종을 개발했다. 1만3천여 개의 논문과 기술 브로셔를 학습한 AI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조성과 평균 성능, 규격을 도출하고, 환경 조건에 영향을 덜 받는 소자를 선별해냈다.

이 기준 소자는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열전 소자와 비교·평가할 수 있는 산업용 척도로 활용된다. 특히 고온 환경이나 제조 방식의 차이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이며, 산업 적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실증 기반의 엔지니어링 데이터, 수요기업에 개방
평가 기준 외에도 다양한 환경 조건과 특성을 반영한 열전 소자의 엔지니어링 데이터도 체계화됐다. KERI는 전기적 특성(내전압), 환경 특성(습기, 진동, 염분), 기계적 강도(압축·충격), 수명 예측, 계면 열전도도 등 실증 기반 데이터를 구축했으며, 이를 수요기업에 무상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 구축에는 각 기관이 협업했다. 기계연은 물리 강도, 에기연은 수명 예측, 표준연은 물성 측정, 서울대는 계면 열전도도 분석을 맡았고, 정관은 기준 소자 제조 공정을, 에코피아는 평가 장비 개발을 담당했다.


국내 유일의 고온가스 실증 인프라까지 구축
박수동 박사팀은 산업 현장의 고온 배출 환경을 모사한 실증 테스트베드도 완성했다. 해당 장비는 250~300도의 고온가스를 최대 14m/s의 속도로 분사해 열전 발전 파워 모듈을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1.6m 길이의 kW급 파워모듈을 자체 제작해 성능을 실증하며 인프라의 평가 기능도 입증했다.

세계 최대 열전발전 프로젝트도 총괄 중
KERI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열전발전 시스템 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를 산업부 과제로 총괄하고 있다. 이번 성과 외에도 열전 소자 대량생산 공정, 선박 및 산업용 시스템 개발이 포함돼 있으며, 2027년 프로젝트 종료 이후 다양한 산업 적용 확대가 예상된다.

또한, 비스무스-텔루라이드(Bi-Te)계 반도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이론이 확보됨에 따라, 열전 냉각 등 연계 기술로의 확장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박수동 박사는 “개발 기준부터 실증까지 원스톱 체계를 갖춘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기업들이 신속하게 기술을 적용하고 에너지 절감과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