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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 '외교 성과'에 취할 때 아니다… "이젠 내부 펀더멘탈 강화할 때"

중견련-민주당 간담회서 '근로소득세 현실화'·'중견기업 금융지원' 등 구조적 해법 제시

한미 관세 협상, '외교 성과'에 취할 때 아니다… "이젠 내부 펀더멘탈 강화할 때" - 산업종합저널 동향

지난 10월 한미 양국이 자동차·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관세 인하와 투자 안정장치 마련에 합의한 것은 분명한 외교적 성과다. 불확실한 통상 환경에서 '예측 가능성'이라는 시간을 번 산업계는 새로운 전략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 외교적 성과가 국내 경제의 실질적인 체력 증진으로 이어지려면,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한 '펀더멘탈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와 더불어민주당이 공동 개최한 정책 간담회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는 절실했다. 샘표, 한국카본, 주성엔지니어링, 태경그룹, 신성이엔지 등 실물 경제 최전선의 기업인들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외교 환경은 개선됐지만, 국내 제도와 금융, 조세, 규제가 '예전 그대로'라면 기업은 움직일 수 없다."

한미 관세 협상, '외교 성과'에 취할 때 아니다… "이젠 내부 펀더멘탈 강화할 때" - 산업종합저널 동향
(앞줄 왼쪽부터)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한민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겸 당대표 비서실장,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지선 신성이엔지 대표이사,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사진=중견련 제공)

이날 최진식 중견련 회장이 제안한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현실화, 중견기업 전용 금융지원 체계 확충, 고용 유지 기반 정비 등은 단순한 '기업 특혜' 요구가 아니었다. 이는 민생 회복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구조적 제안에 가깝다.

실제로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의 경우 2008년 이후 명목 GDP가 두 배 넘게 증가했음에도, 8천800만 원 초과 소득자에 적용되는 최고세율(35%) 기준은 17년째 고정돼 있다. 고소득자 과세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행 기준이 중산층 급여생활자의 실질 가처분 소득과 괴리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노동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 경제의 기반이라면, 근로소득세 합리화는 민생 정책이자 경제 전략이다.

중견기업 전용 신용보증 계정 설치, 이자율 현실화, 정책금융 확충 요구 역시 '돈을 더 달라'는 차원을 넘는다. 이는 기업이 자본을 확보해 R&D와 고용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산업의 허리를 받치는 중견기업을 국가 경제 시스템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정해달라는 정치적 의지의 촉구다.

이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현실화, 세제, 노동, 산업 생태계 개선 등을 여야의 문제가 아닌 국익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화답한 것은 중요한 신호다. 만약 이 발언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입법과 예산으로 이어진다면, 이번 통상 합의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국제 협정은 결말이 아닌 시작이다. 외교가 닦아놓은 길 위를 산업이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이제는 '국내의 낡은 틀'을 수선할 정치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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