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배너
윙배너

[기획특집: AI와 마케팅의 미래] 알고리즘이 브랜드를 설득할 수 있을까

정밀해진 마케팅의 그림자와 인간의 역할에 대하여

AI는 이제 마케팅을 ‘감’이 아닌 수치의 싸움으로 만들었다. 클릭률, 이탈률, 구매 전환율 같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이고, 그 속에서 기계는 최적의 메시지를 계산한다. 누구에게, 언제, 어떤 문구를 보여줄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된 시대다. 마케팅은 과학이 되었다. 그러나 정교해질수록 잃어버리는 무언가도 분명 존재한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은 최근 이 같은 흐름을 "마케팅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제 마케팅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타깃을 세분화하고, 고객의 선호를 예측해 맞춤형 콘텐츠와 쿠폰을 제공하며, 전체 전환율까지 실시간으로 추적·조정하는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 고객 경험의 모든 접점이 AI 기반으로 설계되는 흐름이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pherical Insights에 따르면, 마케팅 분야에서 AI 기술의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23억5천만 달러에서 2032년 약 9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2.5%에 달한다. Jasper, SurveyMonkey 등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마케터의 약 88%가 이미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콘텐츠 제작과 리서치에서 AI의 도움을 받는 비율도 절반 이상에 이른다.

[기획특집: AI와 마케팅의 미래] 알고리즘이 브랜드를 설득할 수 있을까 - 산업종합저널 동향

기업들은 더는 ‘광고 한 편’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한 명의 고객에게 수십 가지 조합의 메시지를 시험하고, 성과가 좋은 조합에 자동으로 예산을 몰아주는 방식이 정착됐다. 마케터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실무 집행자에서 실험 설계자, 브랜드 철학 조율자로 이동 중이다. 글로벌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중소 기업까지도 이미지·영상·음성 합성을 통해 수준 높은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한다. 생성형 AI는 마케팅의 접근 장벽을 허물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진보라고만 말하긴 어렵다. POSRI는 보고서에서 ‘합성 고객’이나 ‘디지털 트윈 페르소나’의 활용을 비중 있게 소개한다. 이는 실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소비자 군을 만들고, 제품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을 사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일부 글로벌 컨설팅사 역시 비슷한 실험을 수행 중이라고 밝힌다. 고객의 응답을 예측하고 테스트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진짜 인간'의 복잡성과 모순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POSRI는 LLM 기반 가상 고객이 특정 기능이나 콘셉트를 과대평가하거나, 연령·지역·문화에 따른 미묘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할 위험을 경고한다. 특히 AI의 학습 데이터에 이미 편향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결과물 역시 구조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정확도’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내리는 판단 자체를 오도할 가능성을 낳는다.

법적·윤리적 쟁점도 첨예해지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극도로 정교한 타기팅을 진행할 경우, 소비자는 감시받고 있다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글로벌 보고서들은 이를 "브랜드 신뢰를 갉아먹는 결정적 리스크"로 본다. 생성형 AI 역시 예외는 아니다. Jasper 등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많은 마케터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AI의 학습 데이터 출처를 명확히 알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각국 규제기관은 저작권 명시, 데이터 출처 표기,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 등의 기준을 논의 중이다.

결국 AI는 마케팅을 더 빠르고, 넓고, 싸게 만들었다. 그러나 설득은 속도나 효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고객을 움직이는 일은 여전히 ‘맥락’을 읽고, ‘관계’를 설계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POSRI는 마케팅의 미래를 ‘인간 vs 기계’의 대결이 아닌, ‘인간+기계’의 협업으로 본다. AI가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한다면, 인간은 그 결과를 해석하고 브랜드 철학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정밀해져도, 질문은 여전히 사람 쪽에서 나와야 한다. 무엇을 계산할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 어떤 감정을 존중할 것인가. 이 질문들을 생략한 채 AI가 ‘가장 잘 팔릴 무언가’를 찾아낸다면, 그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조작일 수 있다. 데이터는 길을 제시할 수 있지만,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사람이어야 한다.

기사 작성에 사용된 데이터 및 기술 출처 고지
본 기획 기사에서는 마케팅 산업의 AI 전환 현황과 그에 따른 기술적·윤리적 이슈를 종합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다음의 글로벌 리서치 및 국내 공식 보고서들을 기반 자료로 삼았습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AI 시대의 마케팅』 (2024) ▲Spherical Insights AI in Marketing Market Size & Forecast 2022–2032 ▲Jasper AI Marketer Survey 2024 ▲SurveyMonkey AI Usage in Marketing Report 2025 ▲McKinsey The State of AI in 2025 ▲Adobe Digital Trends 2025 외 주요 산업 분석 리포트
해당 문서들에서 제공한 통계 수치, 인용 사례, 기술 용어는 본문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 또는 해석됐으며, 저널리즘 목적의 기사 작성 기준에 따라 원문 표현과는 일부 차이가 있습니다. 본 기사 내용은 상기 자료들의 분석 방향을 기반으로 하되, 독자적 서술과 문제의식에 기반해 작성했습니다.
김지운 기자 기자 프로필
김지운 기자
jwkim@industryjournal.co.kr


0 / 1000


많이 본 뉴스

바이오 인공장기, 의료 혁명 이끌까… 심장이식 대기자들에게 희망

최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된 환자는, 쓰러진 지 5분이 넘은 바람에 심장이 멈췄다. 이 환자는 보조장치인 ECMO(체외막 산소화장치)를 사용하여 연명했지만, 심장은 결국 10일 후에야 다시 뛰었고, 그 기능은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이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2025년 소비 시장 5대 키워드 'S.N.A.K.E' 제시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2025년 소비 시장을 이끌 5대 키워드로 ‘S.N.A.K.E’를 선정하며, 경기 둔화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유통 기업들이 생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7일 발표한 ‘2025 유통산업 백서’를 통해 S.N.A.K.E(Survival, Next

이차전지 제조장비, 차세대 기술로 2030년 50조 원 시장 전망

이차전지 제조장비 산업이 2030년까지 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건식 전극 공정과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며, 관련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최근 발간한 ‘기계

급증하는 고령층 취업… 일할 의지는 넘치지만 일자리는 부족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6%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60대 이상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9월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

DPP 도입, 국내 기업에 도전이자 기회

2027년부터 EU가 디지털제품여권(DPP) 제도를 순차적으로 의무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EU 디지털제품여권(DPP) 동향 및 GS1 국제표준 기반 대응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DPP 정책 동향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디지털제품여권(DP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