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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피해자들_거대 유출 사건 뒤 남은 질문

개인정보보호 체계가 답하지 못한 문제와 개선이 필요한 절차적 구조

※ 본 기사는 지난 5월 발생한 SK텔레콤 유심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식 발표자료,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2025.10), 집단분쟁조정 통계(2025.11) 등 공신력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피해자 서사는 재구성된 가상 인물의 시점을 기반으로 하나, 제기된 문제의식과 수치, 제도적 한계는 실제 통계와 제도 분석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사례 나열이 아닌 정책적·제도적 맥락에 기반한 시사 콘텐츠로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감성 서사 기법을 병행했습니다.


우리 동네 은행은 점심시간이면 사람이 꽉 찬다. 오늘도 할머니 한 분이 번호표를 들고 무거운 숨을 몰아쉬고 있다. 창구에 도착하자 수줍게 말했다.
“이게... 스팸인가요? 아까도 대출 전화가 와서요. 제 이름을 알고 있었어요.”

은행 직원은 말없이 문자를 스캔하더니 짧게 말했다.
“정보 유출된 것 같네요. 요즘 많아요, 그런 일.”

방치된 피해자들_거대 유출 사건 뒤 남은 질문 - 산업종합저널 동향

많다고? 그 한마디로 끝이다. 누구도 왜, 언제, 어떻게 유출됐는지를 말해주지 않았다. 피해자라는 사실만 남았고, 창구는 다음 번호를 호출했다.

며칠 뒤, 같은 문자를 나도 받았다. “고객님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습니다.” 아무런 설명도, 사과도 없이, 링크 하나만 달랑 붙어 있었다. 클릭하자 ‘당신은 피해자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떴다. 피해자가 맞는지도 불확실한, 책임의 주체가 없는 문장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뿐 아니라, 엄마도 받았다. 친구도, 후배도 받았다. 전 국민의 2,600만 건이 유출되었단다. 그런데 뉴스 화면 아래 자막은 이렇게 흘러갔다.
“보상은 어려울 듯.”

실제로 뭔가 해보려고 했다. 분쟁조정, 민사청구, 단체소송? 복잡한 절차를 따라가다가 중간에 포기했다. “소액이라 실익이 없다”는 말은 마치 마법처럼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몇 만 원쯤이니까 그냥 넘어가라며, 시스템은 조용히 피해자들의 분노를 고립시켰다.

어느 날, 익숙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맞으시죠? 저희 보험상품이...”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끊었지만, 전화기를 내려놓은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 전화는, 나를 알아보고 있었다.

정보는 ‘유출’되었고, 사람은 ‘방치’됐다. 누군가는 데이터를 팔아 이익을 남겼고, 누군가는 침묵한 채 손해를 감당했다. 시스템은 단 한 번도 그 ‘불균형’을 복원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왜 우리는 혼자 싸워야 하나? 왜 단체소송이라는 제도조차 꿈처럼 느껴지는가? 왜 법은 나를 보호하기보다, 나를 납득시키는 데 더 능한가?

이제는 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단지 묻고 있는 것이다.
“내 정보는 왜 나의 것이 아닌가요?”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언젠가 같은 문자를 받았을 때,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 문자가 말하겠지.
“고객님의 정보가 유출되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나처럼 포기하지 않도록.
당신 곁에도 열려 있는 창구가 있기를.

이 기사의 기반 통계
SK텔레콤 유심정보 유출 2,696만 건(2025.5)
집단분쟁조정 신청자 3,998명(개인정보위, 2025.11)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적용 현황(국회입법조사처, 2025.10)
집단소송제·공중피해보상제 관련 입법 검토 현황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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