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렌터카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던 업계 1위 롯데렌탈과 2위 SK렌터카의 기업결합이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의 결합이 시장 경쟁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렌터카 요금 인상이라는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인수 자체를 불허하는 초강수를 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롯데렌탈의 주식 63.5%를 취득하겠다며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에 대해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어피니티는 이미 지난해 SK렌터카를 인수한 상태로,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면 국내 렌터카 시장의 양대 산맥이 모두 하나의 사모펀드 손에 들어갈 상황이었다.
압도적 1강 탄생… “경쟁할 상대가 없다”
공정위가 이번 결합을 불허한 핵심 배경은 ‘유효 경쟁의 실종’이다. 현재 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시장을 주도하고, 나머지 점유율을 수많은 영세 사업자가 나눠 갖는 구조다.

공정위 이병건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영상캡쳐)
심사 결과,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내륙 시장 점유율은 29.3%, 제주 시장은 2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만 보면 과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경쟁사와의 격차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합 회사의 점유율은 차순위 사업자 대비 내륙에서 7.9배, 제주에서는 5.3배나 높다. 사실상 견제할 세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경제분석 결과도 독과점의 폐해를 경고했다.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SK렌터카가 요금을 인상했을 때 이탈한 고객이 롯데렌탈로 이동하는 ‘재포획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관계였던 두 회사가 한 몸이 되면, 고객이 비싼 요금을 피해 경쟁사로 갈아타는 것이 불가능해져 가격 인상 유인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결합 후 단기 렌터카 요금이 최대 1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제주 ‘총량제’·캐피탈 ‘규제’… 신규 진입 봉쇄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해 시장의 균형을 맞출 가능성도 희박하다. 제주 지역은 ‘렌터카 총량제’가 시행 중이라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나 기존 업체의 차량 증차가 법적으로 막혀 있다. 롯데와 SK는 지난 수년간 자금력을 앞세워 중소 업체의 번호판을 사들여 몸집을 불려 왔다.
장기 렌터카 시장(합산 점유율 38.3%)도 마찬가지다. 경쟁자인 카드·캐피탈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본업인 리스 자산 규모에 비례해서만 렌터카를 운영할 수 있는 규제에 묶여 있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리스 시장이 위축되면서 캐피탈사들이 렌터카 사업을 확장할 여력은 더욱 줄어든 상태다.
사모펀드 특성 고려… ‘조건부 승인’ 대신 ‘원천 봉쇄’
공정위는 통상적인 ‘조건부 승인(가격 인상 제한 등)’ 대신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는 ‘구조적 조치’를 택했다. 여기에는 인수 주체인 사모펀드의 특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공정위 이병건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정 기간 후 매각(Buyout)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행태적 조치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곤란하다”며 “행태적 조치로는 이번 기업결합의 경쟁제한 폐해를 바로잡을 수 없어 구조적 조치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사모펀드가 경쟁 관계인 1, 2위 사업자를 연달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키운 뒤 고가에 매각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건전한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큰 결합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보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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