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기계를 돌리는 시대를 넘어, 공장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시대가 열린다. 인력난과 산업재해, 생산성 저하라는 삼중고를 겪는 중소 제조기업에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두뇌’를 심기 위한 정부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중소기업중앙회는 22일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단순 설비 지원을 넘어 제조 현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이 실행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제조업 ‘돈맥경화’ 뚫는다… 870억 긴급 수혈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현장 밀착형 AI’다. 연구실 속 기술이 아닌, 공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AI 제품과 서비스를 신속하게 개발·상용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투입되는 재정 규모도 상당하다. 총 87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당장 올해(2026년) 645억 원이 집행되고, 내년(2027년)에 225억 원이 추가 투입된다. 정부는 2년간 총 36개 과제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해 문턱도 대폭 낮췄다. 과제당 비용의 최대 70%를 국비로 지원하고, 민간 부담은 30%로 설정했다. 지원 대상은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주축으로 AI 기술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원팀(One Team)’을 이룬 컨소시엄이다.
‘문제 해결’과 ‘지역 확산’…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지원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제조현장 문제해결 유형’은 공장 내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 위험, 불량률 증가, 납기 지연 등 현장의 ‘손톱 밑 가시’를 AI 기술로 정밀 타격해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
‘지역산업 육성 유형’은 파급력에 방점을 뒀다. 지역을 대표하는 앵커기업(선도기업)이 먼저 AI 성공 모델을 구축하면, 이를 협력업체나 동일 업종의 중소기업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개별 기업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의 AI 전환(AX)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렸다.
지원 분야는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산업안전’ ▲불량을 잡고 생산성을 높이는 ‘공정혁신’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경영혁신’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하는 ‘소비자 체감형’ 등 4대 분야 16개 세부 테마로 구성됐다.
뿌리산업·협동조합도 ‘AI 열차’ 탑승… 3월 통합공고
해당 프로젝트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뿌리업종과 협동조합 관련 과제의 관리기관으로 참여해 현장성을 더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딘 뿌리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업종별 특성에 맞는 AI 모델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안광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은 “실제 공장에서 즉시 작동하는 현장 중심의 정책”이라며 “성공 모델을 빠르게 만들어 중소 제조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 역시 “AI 활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업종별 맞춤형 모델이 신속히 보급돼야 한다”며 “중소 제조 현장의 만성적인 애로를 해소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당 지원책을 통해 스마트공장 1만 2천 개 보급, 제조업 AI 도입률 10% 달성, 산업재해 20% 감소라는 성과 목표를 제시했다. 제조 AI 전문기업 500개를 육성해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청사진도 함께 내놨다.
한편, 제조 분야뿐만 아니라 농·축·어업, 바이오, 방산 등 10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범부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의 세부 내용은 오는 3월 통합공고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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